탈출구 안 보이는 수단 내전…단일 전투 기준 최다 사망자 발생
최소 22명 사망…RSF “정부군 소행”
유엔 등 국제사회 개입도 무용지물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무력 충돌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8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 북부 도시 옴두르만에선 공격 주체를 알 수 없는 공습이 발생해 최소 22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 분쟁 발발 이후 단일 전투 기준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수단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옴두르만 서쪽 다르 알살람 알암리야 마을에서 발생한 새벽 공습으로 시민 22명이 숨지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이 정부군의 소행인지, RSF의 소행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RSF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민병대가 의도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며 “이번 극악무도한 공습은 정부군이 이전 정권 잔당들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도 수단 보건부가 발표한 22명이 아닌 최소 31명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BBC는 “현재 수도 하르툼과 옴두르만은 RSF가 통제하고 있다”며 정부군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도 “옴두르만은 RSF가 자신들의 주요 거점인 서부 다르푸르에서 증원군을 데려오는 주요 경로”라며 “이 때문에 정부군은 옴두르만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전했다. 정부군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군과 RSF는 민정이양 논의 과정에서 군 통합 문제와 통치 방법 등을 놓고 대립을 거듭하다가 지난 4월 15일 결국 무력 분쟁에 돌입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133명이 사망하고 약 290만명이 피란길에 올랐다. 유엔과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개입해 여러 차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양측은 계속 휴전 약속을 깨고 충돌을 이어왔다.
전망도 밝지 않다. 동아프리카 지역 연합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는 오는 10일 에티오피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수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현재 수단 정부를 대표하는 부르한 장군은 이미 불참을 선언했다.
여기에 2003년 대학살 비극을 겪은 서부 다르푸르에서 지난 6일 아랍계 부족이 RSF 지지를 선언하는 등 양측 분쟁이 수도 하르툼을 넘어 사실상 수단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알자지라는 “수단 군벌 충돌은 동아프리카의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더 광범위한 지역 분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전날 22명의 사망자를 낸 수단 옴두르만의 공습을 비난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군벌 간 분쟁이 수단을 전면적인 내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전면적인 내전이 벌어지면 수단 인근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질 것이라면서 ”인도주의 및 인권법을 완전히 무시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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