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총파업까지…이번 주 노정갈등 격화 예고
박준식 위원장 "마무리해야"…公, 심의촉진구간 제시 전망
금속노조 파업으로 하투 '절정'…정부 "불법에 관용 없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긴 뒤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노사가 두 차례 수정안을 제시하고서도 그 간극이 워낙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막판까지도 원만한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등 대형 노조들이 이번 주 줄줄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노동계를 둘러싼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최임위에 따르면 오는 1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2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의 세 번째 수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11차 회의에서 노사는 2차 수정안으로 각각 1만2000원과 970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최초 제시했던 1만2210원과 9620원, 1차 수정안으로 제시한 1만2130원과 9650원보다는 다소 논의 진전이 있는 수준이지만 격차가 여전히 2300원에 달한다.
양측은 11차 회의에서 밀봉 상태로 제출한 3차 수정안을 12차 회의에서 공개하고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심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이내에 심의를 마쳐야 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3월 31일 최임위에 심의 요청을 보냈기 때문에 지난달 29일이 법정 심의·의결 기한이었지만, 노사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심의기한을 넘겼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고용부가 8월5일까지 최종 결정해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의제기 기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의결돼야 한다. 사실상 이번 주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박준식 최임위원장도 지난주 열린 회의에서 양측에 "다음 주에는 심의가 마무리돼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차수 변경을 해서라도 밤샘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3차 수정안 공개 이후에도 논의에 진전이 없다면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심의 과정에서도 노사가 3차 수정안을 통해 750원까지 차이를 좁히고도 좀처럼 진전이 없자 공익위원들이 9410원에서 9860원 사이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9620원의 중재안을 표결에 부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복병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노·사·공 동수 원칙의 문제다.
최임위는 양대노총으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근로자위원이었던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구속돼 해촉된 후 1명이 공석인 상황이다. 주요 사안을 표결에 부치면 노동계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김 사무처장과 함께 체포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후임으로 추천했으나, 고용부가 두 사람이 사실상 '공동정범'이라는 이유를 들어 추천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사무처장이 구속된 후 모두 9차례의 최임위가 진행됐지만, 노동계와 정부는 후임자 문제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여전히 우리는 김 위원장 말고는 다른 사람을 추천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대로 노사공 동수가 깨진 상황에서 공익위원의 중재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노동계가 항의 퇴장하면서 노동계 없는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근로자위원 일부와 사용자위원 전원이 공익위원 단일안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로 가결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주 노동계 '하투(下鬪)'는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여, 노정갈등은 더욱 격화될 예정이다. 오는 12일에는 민주노총의 최대 산별노조이자 현대차노조가 소속된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고, 13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총파업에 참여한다.
이들은 파업 기조를 ▲윤석열 정권 퇴진의 대중적 분위기 확산 ▲최저임금 인상·'노란봉투법' 입법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등 현안 관철이라고 선언한 상황이다.
정부 역시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7일 실·국장과 지방청장 등 주요 지방관서들과 함께 '긴급 노사관계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범부처적으로 불법 현장에는 어떠한 관용도 없이 그 책임을 분명히 묻는 등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7월 파업에 돌입하면서 정권퇴진·노조탄압 중단·오염수 해양방류 저지 등 근로조건 개선과 무관한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스스로 이번 파업이 정치파업인 것을 표명하고 조합원들에게 참여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5년 만에 총파업에 합류하는 현대차노조에 대해 "임단협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 조정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쟁의권 확보 절차를 무시하고 12일 파업에 동참할 것을 결정했다"며 "이는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므로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들어간 3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민주노총 총파업을 비롯해 최근 노동계 동향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리 국민과 기업의 절박한 위기 의식과 괴리됐다"며 "어려운 경영여건과 중소기업, 하청업체 근로자와 과도한 임금격차, 국민적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임금인상, 복지수준 요구는 경제계는 물론 우리 국민에게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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