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맞이] ‘닭살 돋게’ 맛난 부위만 차려낸 ‘한상’
감칠맛 뛰어난 토종닭 재료로
날마다 다른 코스요리 준비해
색다른 복달임 음식으로 제격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사이에선 맡김차림, 일명 오마카세가 큰 인기다. 맡김차림이란 셰프에게 메뉴 선정을 맡긴 후 즐기는 코스 요리를 뜻한다. 초복(11일)을 맞아 닭 요리를 더욱 특별하게 즐길 방법을 소개하고자 토종닭 요리를 맡김차림으로 내놓는 서울 강남구의 ‘야키토리 묵’을 찾았다.
야키토리 묵은 1900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식당 안내서인 미쉐린(미슐랭)이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을 선정한 ‘빕 그루망’에 2021년부터 3년 연속 등재됐다. 그 비결은 토종닭을 특수 부위까지 요리해 내놓는 것이다. 매일 그날 사용할 닭을 10마리 정도 손질하는 데만 반나절이나 걸린다. 김병묵 야키토리 묵 셰프는 “80일 이상 기른 토종닭은 짧은 기간 사육하는 육계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면서 지방이 풍부해 감칠맛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13가지 메뉴로 구성된 코스 요리가 준비돼 있다. 맡김차림인 만큼 날마다 음식은 조금씩 달라진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슴살·다리살·날개살뿐 아니라 껍질·연골·어깨살·꼬리살부터 간과 염통·모래집을 활용한 요리까지 선보인다.
“첫 음식은 수비드 훈제 가슴살입니다.”
가슴살을 얇게 저미거나 강낭콩알 정도 크기로 잘라내 유자와 된장에 무친 음식이 나온다. 고기를 60℃ 물에서 1시간 동안 삶은 후 숯불로 볏짚을 태워 연기가 배게 했다. 상큼한 유자와 어우러진 가슴살은 입맛을 돋우는 전채로 손색없다. 닭가슴살은 지방 함량이 적은 대신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할 때 많이 섭취한다.
이어 꼬치가 등장한다. 닭꼬치는 이 식당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맨 처음은 가슴살 짚불꼬치다. 부드러움을 살리려고 속살이 분홍색을 띨 정도로 살짝 익혔다. 가슴살이 퍽퍽하다고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즐길 수 있다.
그다음은 다리살 대파꼬치다. 다리살은 고깃결이 부드럽고 껍질과 살코기 사이 지방이 많아 인기 있다. 넓적다리살과 대파가 번갈아 가며 꼬치에 모두 네조각 꽂혀 있는데, 아래 두조각은 위 두조각보다 크기가 조금 작다. “대파와 닭을 같이 먹는 게 좋은가요?”라는 질문에 김 셰프는 “처음 큰 조각은 닭과 파를 따로 먹고 아래 작은 조각들은 한꺼번에 즐기라”고 권했다. 꼬치 맨 위에 있는 다리살은 바싹하게 구워진 껍질과 지방의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뤘다. 늘 조연이던 대파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 있는 데다 볏짚향까지 입어 당당한 주연이 됐다.
이제 ‘간장·식초 소스를 뿌린 다리살튀김’ 차례다. 넓적다리살을 쓴 대파꼬치와 달리 종아리살을 이용했다. 김 셰프는 “튀김을 쪼개거나 이로 잘라 먹지 말고 한입에 먹으라”고 조언했다. 닭튀김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했다. 달큼한 소스는 중국 음식 라조기를 떠올리게 한다.
김 셰프는 마지막 꼬치로 윗날개살꼬치를 선보였다. ‘닭봉’이라고도 불리는 윗날개는 근육이 많아 씹는 맛이 좋다. 살코기 속에 씹히는 힘줄은 이질적인 질감으로 더욱 특별한 맛을 낸다.
“우아, 이게 뭐예요?”
닭 간으로 만든 요리는 난생처음이다. 버터와 함께 으깨 볶은 간을 바게트에 올려 먹는 ‘간 파테’다. 파테( Pâté)는 고기·생선·채소 등을 다진 소를 밀가루 반죽 안이나 그릇에 넣어 오븐에 굽는 프랑스 요리를 말한다. 원래 간은 열량이 낮으면서 철과 아연을 많이 함유하고 있지만 잘 먹지 않는 부위라 손질 후 버려지는 게 일반적이다. 김 셰프는 “세계 3대 요리라는 거위 간 파테인 푸아그라는 간을 키우기 위해 거위에 억지로 먹이를 주입해 지나치게 기름지다”며 “있는 그대로 건강하게 키운 토종닭 간은 지방이 적고 담백해 맛이 좋은 듯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어깨살구이다. 어깨살은 날개와 가슴살이 만나는 곳에 있는 ‘ㄱ자’ 모양 뼈에 붙은 살을 말한다. 살이 많이 붙어 있지 않아 흔히 버려지는 부위다. 어깨살을 두조각으로 나눠 구워냈다. 껍질이 있는 바깥 어깨살은 기름지고 쫄깃한 맛이고, 안쪽 어깨살은 담백하고 부드러워 ‘이 맛있는 부위를 왜 버릴까’ 싶었다.
이어 닭 육수로 끓인 된장국, 꿀 소스를 올린 가래떡구이가 나온 후 염통꼬치가 등장했다. 닭의 심장인 염통을 꿰서 만든 꼬치는 국내 중·남부 지방에서 길거리 음식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쫄깃하니 씹는 맛이 있으면서 질기지 않고 고소하다.
들기름막국수로 탄수화물까지 보충하고 추가 메뉴로 닭 완자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편의점용 제품으로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야키토리 묵의 대표 메뉴다. 고기와 연골을 다져 도톰한 네모 모양을 만들고 숯불로 구워낸 닭고기 완자를 마요네즈를 바른 식빵 사이에 끼워 완성한다. 잘게 다진 완자는 두부처럼 포슬포슬한 식감으로 잘 부서지면서 연골이 오독오독 씹힌다. 후식 ‘레몬 셔벗’을 끝으로 맡김차림 코스가 마무리됐다.
닭 맡김차림은 여러 부위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 셰프가 요리한 음식을 하나씩 가져다주며 설명을 해줘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재미다. 이번 복날에는 토종닭을 부위별로 감상하며 색다르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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