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쓰나미’ 충격파로 유럽 ‘극우 돌풍’
팬데믹 뒤 노동력 필요에 국경 열었다가 범죄·복지 부작용
밀물·썰물처럼 ‘이민규제 완화-포퓰리즘 역습’ 악순환 지속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서유럽 국가들에 밀려드는 빈국 이민자에 대한 반발 정서로 극우 성향의 정파가 득세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시기가 저물고 여행 제한이 풀리자 각국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활짝 열어젖혔지만, 범죄율 상승과 주거비 증가 등과 맞물려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집권에 참여하는 정파들간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이견 때문에 연립정권이 전날 해체를 선언했다. 2010년 총리직에 올라 4번째 임기를 이어가며 네덜란드의 최장수 총리로 재임 중이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불행히도 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이라며 사임했다.
네덜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유입 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작년 4만6000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7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뤼터 총리는 전쟁 난민 가족의 입국을 매달 200명까지만 허용하자며 이민 제한을 추진했으나 반대에 부딪혔다.
연정 붕괴에 따라 네덜란드는 올 11월 이후 다시 총선을 치를 전망인데, 최근 우파 정당들의 지지율이 상승세라고 WSJ은 짚었다.
이미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이민 반대’ 기치를 내건 정당들이 세를 불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5년 시리아 내전 악화 등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이 밀려들면서 극우 포퓰리스트가 득세한 바 있다.
반이민 정서로 힘을 얻은 이들 정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안정적 행정력을 앞세운 기성정치로 민심이 기울어지자 약화했다.
그러나 극우정파는 팬데믹이 끝난 뒤 이민자 급증과 함께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와 핀란드에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다. 스웨덴에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2당으로서 연정에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성향 자유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NYT는 5월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중도우파 국민당(PP)과 극우 야당 복스(Vox) 연합이 승리한 것을 가리키며 “프랑코 이후 처음으로 스페인에 우파 정당이 집권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배경에는 이민자 폭증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WSJ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로 이주한 이들은 전년 대비 약 5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80% 정도 증가한 수치다.
서구에서는 자국 노동력 부족으로 외부 인구 유입이 필요했고,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 위기가 심화하며 이민은 물론 난민과 불법 이주까지 폭발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유럽 내 반발 정서를 자극했다.
대졸 숙련 노동자 유치를 위해 국경 문턱을 낮춘 영국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에서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응답자가 ‘합법적 이민자가 너무 많다’는 취지로 답했다.
‘백래시(반동)’ 정책도 구체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 쪽 국경을 따라 약 201㎞에 이르는 장벽을 건설 중이고, 그리스도 튀르키예 접경지에 약 145㎞ 길이의 철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복지 시스템이 약한 미국의 경우 이민자들의 근로 의욕이 높은 편이지만,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은 강력한 복지 혜택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알제리계 10대 소년의 사망을 계기로 경찰 진압에 반대하는 대규모 폭력 시위가 일어난 프랑스 역시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위 발생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프랑스 국민 60%가 이민법 강화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고, 향후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이 집권할 가능성마저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WSJ은 독일과 스페인, 일본과 한국 등 국가는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해왔지만, 대중의 반대로 이런 정책을 계속 추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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