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진영 상점 앱 사라져…"현상금 걸린 민주활동가 지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경찰이 해외 체류 민주 활동가들에 현상금을 내건 후 현지 민주 진영 상점들을 모아놓은 앱이 사라졌다.
9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이른바 '노란 상점'(yellow shop)의 위치와 할인 정보, 이용 후기 등을 담은 앱 '미'(Mee)가 지난 7일 홍콩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기존 사용자들은 '미' 앱에 접속을 시도하면 "서버가 혼잡하니 다시 시도해달라"는 안내 메시지가 뜬다.
이날 구글에서 '미'를 검색하면 홈페이지 링크가 뜨지만 이를 누르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2000년 선보인 '미'는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식당, 가게, 서비스 제공업자들을 모아놓은 앱이다.
2019년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음식점과 점포 등을 이용하자는 '노란 경제' 운동을 벌였고, 일부 '노란 상점'들은 수익의 일부를 시위대에 기부했다.
홍콩에서 노란색은 범민주 진영, 파란색은 친중국 진영을 상징한다.
HKFP는 홍콩 경찰이 민주 활동가 8명에 대해 현상금을 내건 후 '미' 앱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앞서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지난 3일 네이선 로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홍콩달러(약 1억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후 5일에는 이들 8명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26∼28세 4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경찰은 4명이 이른바 '노란 상점'이라 불리는 민주진영 점포와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해 모금하고 이를 해외로 도피한 이들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6일 같은 혐의로 1명을 추가 체포했다.
경찰은 체포한 5명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홍콩 매체들은 이들이 2020년 해체된 민주 진영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의 전 당원들이자 '미' 앱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데모시스토당은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수감 중인 조슈아 웡과 홍콩 당국이 현상금을 내건 로가 2016년 공동으로 창당했다.
로는 2020년 6월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되기 직전 영국으로 떠났고 영국 정부는 이듬해 그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다. 데모시스토당은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자진 해산했다.
친중 매체 문회보는 7일 '미' 앱에서 소개된 상점들을 거론하며 이들이 '검은 폭력'과 '상호 파괴'를 지원했다고 비난했다.
HKFP는 "친중 매체들이 노란 상점을 '약한 저항'의 일종으로 규정지었다"고 전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일 홍콩의 주권 반환 26주년 기념식에서 "홍콩은 '약한 저항'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며 국가 안보를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사회는 대체로 안정됐다면서도 "'약한 저항'의 수단을 활용하는 파괴적인 세력이 여전히 홍콩에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며 국가안보 수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직접 제정한 이 법으로 홍콩 민주 진영은 사실상 궤멸했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노란 상점' 역시 당국의 단속 대상이 됐고 점포 내 시위 관련 장식이나 슬로건, 손님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배치했던 게시판 등이 치워지기 시작했다고 HKFP는 전했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최근 '약한 저항'을 잇달아 언급하며 온건한 저항의 싹도 자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외에 체류한 민주 인사들에 현상금을 내건 것 역시 이들에 동조하는 목소리에 대한 공개적 경고의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 행정장관은 현상금이 걸린 이들에 대해 "평생 쫓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그들을 길거리의 쥐처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리 장관은 7일 출장을 간 중국 구이저우에서 기자들에게 "경찰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누구라도 맹렬히 쫓을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현상금이 걸린 8명은 우리의 안전을 위해 피해야 하는 길거리 쥐처럼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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