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취하, 자성, 의사면허 반납”… 납작 엎드린 조민의 노림수는?

조민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
소송 취하 절차 완료 시 입학 취소 처분 확정
행정소송 패소 후 연일 저자세 발언
고려대 상대 소송도 패소 가능성 높아
입시비리 주요 혐의 공소시효 8월 만료
기소유예·가벼운 선고 노린 전략 분석도

입학비리의 공범으로 조만간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의 입학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 여부를 저울질 하는 상황에서 조씨가 저자세를 취해 검찰의 기소유예나 법원으로부터 가벼운 처벌을 받아내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씨는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고려대와 부산대 입학 취소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이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제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씨의 취하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들 대학의 입학 취소 처분도 확정된다.

조씨는 지난 2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나는 떳떳하다”며 표창장을 받은 것만으로 의사가 될 순 없고 성적도 충분했다며 억울하다는 의사를 지속해서 밝혀왔다. 당시 조씨는 조 전 장관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한 심정을 묻자 “검찰이나 언론, 정치권에서 저희 가족을 지난 4년 동안 다룬 것들을 보면 정말 가혹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년 동안의 의사 생활에서 동료나 선배들이 밝힌 ‘조민의 의사로서의 실력’이 어땠냐는 질문엔 “자질이 충분하다고 들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랬던 조씨는 입학처분 취소를 한 부산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1심이 패소하고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 취소절차가 시작되면서 연일 저자세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조씨는 지난 5일에도 “저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논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자성하는 마음으로 계획된 봉사활동만 마무리한 뒤 의료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의사면허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조씨가 이날 취하 의사를 밝힌 소송은 지난해 1월 어머니인 정경심 전 교수의 유죄가 확정된 이후 부산대와 고려대가 각각 자신의 입학을 취소하자 불복해 낸 소송이다. 조씨는 국립대인 부산대엔 행정소송을, 사립대인 고려대에는 민사소송을 각각 제기했다. 특히 부산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올해 4월 부산지법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고, 조씨가 항소함에 따라 이달 19일 부산고법에서 항소심 첫 변론이 예정된 상태였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조씨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당초 고려대를 상대로 서울북부지법에 낸 소송은 다음 달 10일 첫 변론기일이 잡혔었다. 부산대 판결 당시 법원은 조씨가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의 경력사항을 허위로 기재하고 위조 표창장을 제출한 사실에 대해서도 다툴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고려대가 절차상 하자가 없는 이상 조씨의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조씨는 “표창장은 입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실력으로 들어갔고, 부산대 처분은 피해가 너무 커 가혹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 사건 처분의 공익상의 필요와 비교하면 원고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게 당시 재판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조씨가 최근 포기 의사를 밝힌 의사면허도 보건복지부에 의해 이미 취소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조씨는 부산대 의전원 관련 1심 판결에 항소했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하지 않아 5월7일부로 입학취소 처분의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의료법상 면허 취득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복지부는 면허 취소 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특히 관련 입시비리 주요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8월 만료되는 만큼 조씨의 기소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 2019년 말 부모인 조 전 장관과 정 전 교수를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할 당시 조씨를 기소하지 않았다. 현재 조씨는 검찰이 작성한 조 전 장관 부부 각각의 공소장에 입시비리 ‘공범’으로 기재돼 있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의 입시비리 혐의를 유죄로 확정하면서 조씨가 범행에 공모했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했다.

지난 3월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입학허가 취소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법조계에선 조씨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끌어내거나,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가벼운 선고를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취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크게 부산대 부정 입학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가담 정도, 반성하는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