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민 신화' 김봉진, 회사 떠난다
“고문 역할로 회사 도전에 보탬이 되겠다”
2월 대표이사직 사임 후 5개월 만에 의장서도 용퇴
'애국 마케팅' 후 獨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 비판도
전공분야 디자인 관련 업무 도전 시사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우 류승룡이 TV 광고에서 던진 한 마디가 스마트폰 음식 배달 시장을 열어젖혔다.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같은 재치 있는 광고 카피라이팅을 앞세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배달 시장을 개척한 ‘배달의민족(배민)’ 이야기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이사회 의장이 창업 13년 만에 회사를 떠난다. 지난 2월 우아한형제들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의장직까지 손을 떼며 회사 고문으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지난 7일 오전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한 글을 통해 “우리 구성원들과 함께 했던 그 열정의 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열정은 너무 뜨겁고 너무 큰 힘을 쓰는 일인지라 좋은 쉼표가 있어야 좋은 마침표로 완성됩니다”라며 “이제 제 인생의 큰 쉼표를 찍어봅니다”라고 공지했다. 이어 “‘우리들의 배민’과의 연결은 계속 될 것입니다”라며 “‘고문’이라는 역할로 여러분과 연결되어 뜨거운 도전에 지속적으로 힘을 더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지난 2월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직을 이국환 당시 공동대표에게 일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다. 이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법인 ‘우아DH아시아’의 의장으로 싱가포르 사업에 주력해 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우아한형제들과 우아DH아시아 양쪽 의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두 회사 모두 고문의 역할만 수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게시글에서 “‘평생 직장 따윈 없다. 최고가 돼서 떠나라’ 우리 회사 공간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라며 “여러분의 멋진 도전을 위해 제가 적은 것입니다”라고 회사를 떠나는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 의장은 지난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뒤 13년간 배민 대표를 맡았다. 2020년에는 우아한형제들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했다. 작년 말 기준 김 의장의 우아한형제들 보유 지분은 8.35%다.
김 의장이 용퇴를 결정한 것은 회사 실적이 정상궤도에 올라섰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 우아한형제들은 영업이익 4241억원을 거둬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 의장은 디자이너 출신으로 배민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운 2010년대 스타트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과를 졸업하고 2002년 디자인 회사 이모션, 네오위즈, NHN(현 네이버) 등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 수제 가구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 후 빚더미에 앉았지만 다시 직장을 다니며 재기를 노렸다.
이후 2010년 배달의민족을 창업 10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수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롤모델이 됐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배민은 배달시장 점유율 67%로 독보적인 1위다. 요기요(23%)와 쿠팡이츠(10%)가 뒤를 잇고 있다.
국내 배달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지만 비판도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며 애국 마케팅을 펼쳤지만 회사 지분을 DH에 넘겼고 해외자본의 한국 배달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점주와 소비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부여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배민은 2022년 광고주가 클릭당 과금액을 높게 설정할 수록 상단에 노출해 주는 ‘우리가게클릭’ 광고 상품을 출시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광고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줄을 이었다. 회사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소비자들의 근거 없는 별점 테러를 통해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 고문직과 함께 자신의 전공인 디자인 업무와 새로운 스타트업 양성 쪽에 힘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게시글에서 “이제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진짜 좋아했던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커다란 세상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보려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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