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면 도시 떠나라"… 나토 정상회의 앞두고 '요새'로 변한 빌뉴스

김태훈 2023. 7. 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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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사실상의 시민 '소개령'(疏開令)이 내려져 눈길을 끈다.

빌뉴스는 나토와 적대 관계에 있는 러시아로부터 151㎞,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로부터는 불과 32㎞ 떨어져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효과적으로 도울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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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일 美 바이든 등 40개국 정상 모여
`적대국` 러시아·벨라루스와 가까워 불안
동맹국 군대 및 첨단 방공무기 속속 배치

“시민 여러분, 국제행사 기간에 불편을 피하려면 시외로 휴가를 떠나세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사실상의 시민 ‘소개령’(疏開令)이 내려져 눈길을 끈다. 빌뉴스는 나토와 적대 관계에 있는 러시아로부터 151㎞, 러시아의 맹방인 벨라루스로부터는 불과 32㎞ 떨어져 있다. 각국 정상들의 안전을 위해 경호 차원을 넘어선 군사적 방어작전이 펼쳐지다 보니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 국제공항 부근에 독일이 보낸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오는 11, 12일 이틀간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빌뉴스는 방공무기 시스템 등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요새가 되었다. 빌뉴스=AF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11, 12일 시민들은 회의장이 있는 시내 중심가에 아예 접근할 수가 없다. 중심가를 비롯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군사 요새로 변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분야는 방공이다. 만일의 경우 벨라루스에 배치된 러시아 미사일이 회의장을 향해 발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효과적으로 도울 방안이다. 러시아 그리고 그 동맹인 벨라루스 입장에선 이런 회의가 자국 영토 코앞에서 열리는 현실이 극도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회의를 앞두고 불안이 가중되자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40여개국 정상이 오는데, 우리 영공을 무방비 상태로 둔다면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270여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국토 면적도 좁고 국내총생산(GDP) 총액 역시 적다. 독자적으로 첨단 방공 체계를 갖출 여력이 안 된다. 이에 나토 회원국들 가운데 16개 나라가 십시일반 병력을 차출해 약 1000명을 빌뉴스로 보내 정상회의 기간 경계작전을 펴도록 했다. 또 빌뉴스 일대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나삼스(NASAMS), 드론 등 방공무기 시스템도 설치했다.
8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리투아니아 빌뉴스 시가지에 나토 동맹국 군대를 응원하는 커다란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빌뉴스=AP연합뉴스
리투아니아는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더불어 오랫동안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러시아 제국이 무너지고 소련이 등장하며 1918년 독립국이 되었다. 하지만 1939년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틈을 타 소련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 “주권을 내놓지 않으면 군대를 보내 점령하겠다”고 협박했다. 세 나라는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고 이듬해인 1940년 결국 소련에 병합됐다.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도 독립의 꿈을 잃지 않은 리투아니아 등은 1991년 소련 해체를 계기로 광복을 맞이했다. 이후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해 서방으로부터 안보를 보장받고 경제 발전에도 나섰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소련의 후예인 러시아가 언제든 무력을 사용해 영토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들은 미국 등 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러시아 및 벨라루스에 인접한 발트 3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리투아니아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을 계기로 첨단 방공무기 체계가 임시로 배치되자 나우세다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영공 안전 확보를 위한 나토 동맹국들의 노력은 발트 3국에 영구적 방공 체계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상회의 이후의 영구적인 영공방위 구축 방안을 놓고 동맹국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도 참여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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