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위안화 쓰는 사람 얼마나 되나… 달러 대안 없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중국 위안화의 도전에도 달러와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탈달러화에 대한 반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고서를 인용, 기축통화로서 달러화는 지난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단기적으로 달러 지위가 약화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각국에서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위해 보유하는 외화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71%에서 2022년 58%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감소했다면서도 이러한 감소는 위안화가 아닌 캐나다 달러나 호주 달러와 같은 소규모 통화로의 다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 대금 청구, 은행 청구 및 부채 통화 등에서 달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표 중 하나는 외환 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약 88%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지정학적 적대국들이 미국 달러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이 많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가 달러의 효용성을 설명하기 위해 영어 사용을 예로 든 논리를 빌려 위안화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크루그먼은 “모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모국어로 의사소통하고 자국 통화로 경제활동을 한다”면서 “하지만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는 일반적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달러를 사용하며, 이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이어 “이는 중국 위안화가 달러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중국은 우리보다 더 많이 수출하고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보다 더 큰 진정한 경제 대국이만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2외국어 사용자가 적은 중국어가 국제 상거래의 지배적인 언어가 될 것이라고 얼마나 빨리 상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중국 외에 위안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위안화 국제화도 비슷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싶을 수도 있지만,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려는 의도가 점점 더 거세지는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를 하고 싶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위안화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 때문에 위안화 자본이 자유스럽게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달러의 지배력이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탈달러화에 대한 우려는 과대광고에 불과하다. 현재로써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글을 맺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