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업은 美, 돈 쏟아붓는 英·佛…‘후발주자’ 韓, 경쟁력 강화 방법은 [심층기획-‘초거대 AI’ 시대의 도래]
佛·英 등 자체 ‘LLM’ 구축 나서
日도 새 국가전략 수립 목소리
韓, 기업·民·官 ‘AI 생태계’ 구축을
각국 미래 선점 경쟁 사활
美,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협업 활발
생성형 AI 행사·챗 GPT 워크숍 장사진
英·佛, 자체 언어모델 구축 재정 투입
이스라엘선 스타트업이 ‘LLM’ 발표도
韓, 특화 분야 승부 걸어라
글로벌 AI지수 상업화 항목 18위 최저
국내 스타트업 활동·투자 수준 ‘낙제점’
기업 연대·민관 협력 생태계 구축 시급
“한국어 특화·법률 의료 분야 집중해야”
인공지능(AI) 발전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초거대 AI’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국가 차원이나 국가 간 합종연횡을 통해 AI 국제표준을 선점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 ‘비바테크’에 참석해 미국 오픈AI의 GPT-4, 구글의 팜(PaLM) 못지않은 언어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보다 초거대 AI를 더 견제했던 프랑스도 자체 LLM 구축에 5억유로(약 7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어로 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앵글로색슨족의 편견을 물려받은 AI모델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중보다 적은 투자를 하면서 규제부터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자민당이 발표한 ‘AI 백서’는 “응용연구와 함께 기본 기술 개발역량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AI21랩스도 지난 3월 차세대 LLM ‘쥐라기-2’를 발표했다. 2021년 GPT-3보다 파라미터 수가 많은 것으로 주목받았던 ‘쥐라기-1-점보’(1780억개)를 고도화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만큼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AI가 인류 평화와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위협을 논의하는 회의를 이달 중순 처음으로 여는 등 글로벌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는 데 따라 규제 추이에도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영국의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대사는 18일 예정된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AI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급진전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한 국제 전문가들의 견해를 청취하고 15개 이사국이 그 영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거대 AI로 시장을 선점한 미국·중국에 비하면 후발주자다. 영국 데이터분석업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글로벌 AI지수에 따르면 세계 주요 62개국 중 한국의 종합 AI 경쟁력은 6위를 기록했다.
분야별로는 알고리즘 설계 기술력 등을 측정하는 ‘개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종합 1, 2위인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상업화’ 항목에서 가장 낮은 18위를 받았는데, 이는 스타트업 활동과 투자 수준 등을 측정한 것이다.
글로벌 AI지수 상업화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이다. 2022년 4분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북미 기술 스타트업 투자가 전년 대비 63% 감소했음에도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AI 스타트업 투자 물결을 일으켰다.
이 교수는 “초거대 AI는 초기 인프라 비용이 상당하다”며 한국의 자체적인 AI 생태계는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에 특화된 AI, 법률이나 의료 등 특화된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환경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
이 교수는 “클러스터 형식으로 산업체와 연구기관이 한곳에 모이면 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등 좋은 의미가 있다”며 “기업 간의 연대와 민·관 협력을 통해 한국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국내 AI 반도체·클라우드 업계와 한 팀을 이룬다. ‘팀 코리아’를 통해 AI 선도 그룹에 이름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최근 1단계 프로젝트에 착수한 ‘K-클라우드 프로젝트’는 국산 AI 반도체를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것으로 826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민간의 첨단 초거대 인공지능 활용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중소벤처기업과 공공 부문 초거대 AI를 선도적으로 도입하려는 취지다. 이밖에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서울 양재동에 20만㎡ 규모의 AI 산업단지를 짓고 국내외 AI 전문 대학원, 기업, 연구기관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광주시도 2020년부터 AI 산업융합집적단지를 짓고 있다.
이우중·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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