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으로 어디든 배달하고 싶어요"
(지디넷코리아=신영빈 기자)세계 최초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개발한 베어로보틱스가 올해도 외형 확장을 이어간다.
회사는 최근 대구시와 대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5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번 투자 이후로는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지디넷코리아는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를 만나 서빙로봇 시장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하 대표는 올해 서빙로봇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 대표는 베어로보틱스가 올해 연말까지 글로벌 시장에 서빙로봇을 많게는 약 2만대(누적) 보급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1만대를 돌파 소식을 전한 뒤 가파른 성장을 예견한 것이다.
■ 자율주행 서빙로봇 탄생기
하 대표는 미국 텍사스대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이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지낸 그는 2016년 실리콘밸리에 한식당 ‘강남순두부’를 열었다. 그는 순두부 가게에서 고객 응대와 서빙, 조리를 경험하면서 사업성을 발견했다. 그는 이후 구글을 떠나, 2017년 공동 창업자 3명과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베어로보틱스를 차렸다.
하 대표는 서빙로봇 개발 과정을 회상했다. 먼저 워터젯 절단기로 커다란 원판을 만들고 기둥을 세웠다. 내부 장치를 가리기 위해 천막을 입혔다. 개발 당시 그 로봇은 ‘아놀드’라고 불렀다. 미국 보디빌더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덩치가 커서 지은 별명이다. 처음에는 로봇을 어떤 크기와 형태로 만들어야 할지 막막했다. 하 대표는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 로봇을 시험해보며 적당한 크기로 조정했다.
하 대표는 “서빙로봇 사이즈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논의도 많았다”며 “많이 나를 수 있는 큰 사이즈 수요도 있으나, 너무 크게 만들면 자율주행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베어로보틱스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17년 초기 모델 ‘페니’를, 2020년에는 첫 양산 모델 ‘서비’를 출시하고 국내 생산을 시작했다.
투자도 몰렸다. 2020년 소프트뱅크 그룹 주도 370억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지난해에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 주도로 1천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다.
■ 서비플러스와 새 도전…“다음은 IPO”
올해는 새 도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출시한 ‘서비플러스’가 서빙로봇 시장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서비플러스는 적재 공간을 넓히고 노면 충격이나 경사에 유리하도록 서스펜션을 강화했다.
하 대표는 “서비플러스는 그동안 1억 건 이상, 지구 40바퀴 거리가 넘는 서빙 경험을 녹여낸 제품”이라며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주행성을 개선하고 수십대 로봇을 한 곳에서 조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하 대표에 따르면 서비플러스 출시 이후 국내에서도 한 번에 로봇을 10대 이상씩 보급하는 매장이 늘고 있다. 전주의 한 식당은 지난 4월 처음 베어로보틱스 서빙로봇 13대를 도입했다가 3대를 추가 주문해 현재 16대를 운용 중이다. 이곳 일평균 서빙 건수는 960회. 로봇이 하루에 주행하는 거리를 합산하면 약 71km에 달한다. 여기에 로봇 4대를 더 운용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 하는 게 많다”며 “이용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관제 능력도 베어로보틱스 제품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까지 전세계에 서빙로봇을 누적 1만6천대~2만대 가량 보급할 전망”이라며 “국내 주문량도 올해에만 약 3천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베어로보틱스는 쌓아온 기술력을 발판 삼아 올해 대규모 후속 투자 유치와 국내 연구·제조시설 신설을 앞두고 있다. 하 대표에 따르면 베어로보틱스는 지난달부터 500억원 규모 투자 라운드를 시작했다. 또한 대구 달성군 대구테크노폴리스 내 2만2천424제곱미터 부지에 ‘테크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대구시와 투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 대표는 “이번 라운드 이후로 한 번 정도 더 투자를 받거나 IPO 준비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빙로봇 넘어 ‘어디든’ 배달할 것“
베어로보틱스는 서빙로봇 전문 업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다양한 로봇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 하 대표는 향후 실외 배송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어디든 물건을 자동화해서 나르자’는 구상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A 지점부터 B 지점까지 움직이는 모든 로봇을 다 만들겠다”며 “이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생각하고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로봇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지만 아직 수익성이 높은 모델은 손에 꼽는다. 서빙로봇은 일손이 부족한 식당에서 제 역할을 하며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형태로 자리 잡는 중이다. 불과 5~6년 만의 일이다.
순두부 가게 한 편에서 태어난 ‘아놀드’는 세계를 누비는 서빙로봇이 됐다. 수년 뒤 로봇은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인류와의 공존과 진화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전망이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프로필
- 1995~2002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사
- 2003~2009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컴퓨터공학 박사
- 2010~2011년, 인텔 연구원
- 2011~2017년,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2016~2018년, 실리콘밸리 강남순두부 대표
- 2017년~현재, 베어로보틱스 창업자, 최고경영자
신영빈 기자(burger@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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