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집념에 한국 ‘탄소섬유’ 수출국 우뚝…글로벌 1등 일본도 겨냥 [비즈360]

2023. 7. 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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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섬유 수출액 50% 증가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미국과 유럽, 중국 등으로 수출
글로벌 1위 도레이 추격하고자 2028년까지 1조원 투자
조석래(왼쪽) 효성 명예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 [효성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유일 탄소섬유 제조 기업 효성첨단소재의 활약으로 우리나라가 탄소섬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자라잡기 시작했다. 올해 탄소섬유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50% 상승한 효과다. 효성첨단소재는 글로벌 탄소섬유 1위 업체인 일본 도레이를 겨냥해 증설은 물론 신기술 개발에도 고삐를 죈다.

조석래, 조현준 대(代) 이은 탄소섬유 사업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효성첨단소재 제공]

9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우리나라의 탄소섬유 수출액은 1억88만달러(약 131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6748만달러, 약 880억원)보다 약 50% 증가했다.

탄소섬유는 탄소함량이 90% 이상인 섬유이다. 철보다 10배 이상 강도를 자랑하지만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탄성은 철의 7배에 달한다. 다양한 장점 덕분에 자동차는 물론 태양광 단열재 등 친환경 설비, 방산, 항공우주에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탄소섬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자 국산화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태광산업도 한때 탄소섬유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생산설비만 보유하고 있을 뿐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구미 공장에서 연산 4700t의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 도레이의 100% 자회사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2019년 전북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진행된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효성 제공]

탄소섬유 수출액 상승에는 효성첨단소재의 역할이 컸다. 효성첨단소재는 2011년 4년여 간의 연구 끝에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과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이룬 성과이다. 이후 2013년 전북 전주에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설립했다. 현재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4배 이상 늘어난 연산 9000t이다. 전주 공장에서 생산된 탄소섬유는 미국과 유럽,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생산된 탄소섬유의 내수, 수출 비중을 고려했을 때 수출이 내수를 앞선다”고 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효성 오너가의 공이 지대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은 회장 시절인 2000년대 초 탄소섬유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확인, “아무도 안 할 때 (시장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고 기술 연구에 전념하도록 지원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키우고자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효성·도레이 증설 경쟁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 전경. [효성첨단소재 제공]

효성첨단소재의 목표는 도레이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효성첨단소재가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 이제 막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도레이는 오랫동안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도레이의 글로벌 탄소섬유 생산능력은 연산 3만t을 넘는다. 최근에는 구미 공장 생산라인 증설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레이를 추격하고자 효성첨단소재는 공격적인 증설을 단행한다. 생산능력을 연산 9000t에서 1만4000t으로 늘리는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4년으로 1년 앞당겼다. 효성첨단소재는 1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연산 2만4000t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탄소섬유 등을 생산하는 도레이첨단소재 구미공장. [도레이첨단소재 제공]

제품 경쟁력도 강화한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은 일본 업체들이 생산하는 고강도 탄소섬유와 동급으로 평가된다. 수소전기차는 물론 수소연료탱크 등 고압용기 제작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T-1000급’ 탄소섬유를 개발했다.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T-1000급 탄소섬유는 항공기 동체, 인공위성 등 최첨단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 만큼 효성첨단소재와 도레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에 따르면 전 세계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계 탄소섬유 시장은 2021년 8만5790t에서 연평균 10% 성장, 2035년 32만7430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 분야에서 기술적 진압장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향후 생산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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