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민주당 "IAEA, 이미 2015년 해양 방류 권고" 따져 보니…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검증해온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지난 4일 최종 보고서를 내자 정치권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고서 핵심 내용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보내도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다"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IAEA 검증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일본 맞춤형 보고서'나 다름 없다며, 오염수 방류 철회를 거듭 요구하고 있습니다.
'맞춤형 보고서'의 근거로, 민주당은 IAEA가 이미 2015년 보고서를 통해 해양 방류를 권고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IAEA가 일찌감치 일본이 원하는 해양 방류로 결론을 내 놓고, 구색 맞추기 식으로 안전성 검증을 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IAEA는 이런 주장에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며, 위와 같은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IAEA가 2015년에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해양 방류를 이미 권고했을까요. 2015년 IAEA 보고서는 어떻게 돼 있을까요.
해당 보고서를 직접 찾아봤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2015년 IAEA 보고서는 어떻게 써져 있을까?
2011년 3월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후, 원자로에는 처리되지 못한 방사능 잔해물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치울 수도 없었습니다. 방사능이 너무 강해서 사람이 근처에 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원자로 내부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오는 게 전부인데, 이마저도 자주 고장이 났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하수였습니다. 지하수는 산을 타고 후쿠시마 원전 지하를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 갔는데, 원자로는 폭발 사고 때문에 균열이 많았습니다. 지하수는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갔고, 그렇게 핵연료와 지하수가 만나 방사성 물질 가득한 오염수가 됐습니다. 보통 하루 1,000t의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갔는데, 이 가운데 400t이 원전 밑을 통과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도쿄전력은 적어도 평균 100t의 오염수가 계속 만들어졌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매일 같이 오염수가 만들어지는 상황, 일본의 대안은 오염수를 일단 철제 탱크에 가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후쿠시마 원전 관련 뉴스를 볼 때 가장 많이 봤던 바로 그 탱크입니다. 2023년 7월 현재까지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133만t 정도입니다.
하지만, 철제 탱크로만 버틸 수는 없었습니다. 오염수가 계속 만들어지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한계에 이르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IAEA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하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요청을 받은 IAEA는 관련 부서의 실무자들을 2013년 4월과 11월, 두 차례 보내 사고 원전을 점검했습니다. 당시 파견된 실무자들은 주로 IAEA의 핵 폐기물 관련 부서에 몸담고 있는, 회원국의 원전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국제 검토 사절단(The international peer review missi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렇게 사절단은 2013년 5월과 2014년 2월, 두 차례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사실은팀이 2013년 5월 발표한 보고서를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오염수 문제가 매우 심각한 만큼 이해 당사자들의 승인을 얻어 오염수 안에 잇는 방사성 물질의 기준치를 낮춘 뒤 바다로 배출하면 된다고 썼습니다. 지금 일본이 하려는 방식 그대로 입니다.
다만, 당시 보고서는 현장 조사를 다녀온 IAEA 실무자들의 의견을 담은 미션 리포트입니다. 즉, 이 보고서가 IAEA 전체의 공식적 입장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2015년, IAEA는 후쿠시마 원전과 관련한 종합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IAEA는 폭발 이듬해인 2012년 9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사고 원인과 결과, 교훈을 다루는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IAEA의 공식 입장이 담긴, 일종의 백서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말하는 '2015년'은 바로 이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주장대로 이 보고서에는 "해양 방류를 권고했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런데 당시 보고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2013년 4월과 11월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했던 IAEA 실무자들, 그러니까 '국제 검토 사절단'의 2013년과 2014년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IAEA의 공식 입장을 알기 위해서는 보고서의 '결론'을 봐야 합니다. 보고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2013년 보고서에 오염수 '해양 방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처음 언급됐습니다. 다만, 이는 후쿠시마 원전 현장 점검을 했던 IAEA 실무진의 의견이었고, 2015년 보고서는 이들의 의견을 인용했습니다. 보고서 결론은 "해양 방류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쓰고 있습니다.
텍스트 관점에서 완곡하게 보면, 민주당 주장처럼 IAEA가 2015년 보고서에서 해양 방류를 직접적으로, 공식적으로 일본에 권고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톤 앤 매너'라고 하죠. IAEA의 보고서를 보면, 확실히 해양 방류에 힘을 싣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5년 보고서만 하더라도, 해양 방류를 그 대안으로 콕 짚어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양 방류를 포함한'이라며 쓰면서, 대표적 대안으로 바다에 내보내는 방안을 꼽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IAEA가 사실상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읽혔습니다. 후쿠시마 어민들의 반발도 컸습니다. 이에 도쿄전력은 같은 달, 후쿠시마 어민들에게 "이해 관계자의 동의 없이 처분(방류)하지 않겠다"며 사장 명의의 문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즉,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역시 IAEA가 해양 방류를 지지하고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던 겁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의 참여
IAEA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일본 사회 내부는 물론 인접 국가에 어떤 사회 경제적 파장을 가져올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지역 사회 어민들, 나아가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이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이번에 발표된 IAEA 종합 보고서에는, 일본이 얼마나 이해 당사자들과 잘 소통했는지 평가가 담겨야 합니다. 사실은팀이 확인해보니, '이해 당사자의 참여' 부분이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해 당사자 참여와 관련한 IAEA의 최종 판단은 어땠을까요.
IAEA는 후쿠시마 지역 사회 어민을 포함해 주변국과 협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매우 긍정적입니다.
후쿠시마 어민들을 비롯해, 한국과 중국, 태평양 도서국 등에서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도 과학이지만,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일 겁니다. IAEA가 내는 보고서마다 강조했던 당사자 혹은 이해 관계자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된 것인지, IAEA 최종 보고서 내용처럼 정말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습니다. 여전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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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염정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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