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1위 내줬지만’…K-조선 속으로 웃는 이유 [주말엔]
■ 한국 조선업, 상반기 수주 세계 2위…3년 만에 중국과 격차 최대
최근 한국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는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달(6월) 선박 수출액은 24억 8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98.6%나 증가했습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 품목들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이차전지와 함께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가 7일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올해 상반기(1월~6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781만 CGT, 이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516만 CGT였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29%에 불과했습니다.
1위는 누구였을까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은 무려 1043만 CGT로 국내 업체 수주량의 배가 넘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20년(한국 14%, 중국 58%) 이후 가장 차이가 컸습니다.
■ 'CGT'는 '배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수주 호황'이라면서 수주량 세계 2위, 그것도 1위와 격차는 3년 만 최대. 이쯤되면 '진짜 수주 호황 맞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클락슨리서치가 사용한 'CGT'는 수주한 선박의 가치, 수익성을 제대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CGT는 '선종과 선형의 난이도에 따라 건조시의 공사량을 동일 지표로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총톤수(GT : Gross Tonnage)에 환산계수를 곱해 산출된 톤수'로 정의됩니다.
쉽게 말해 LNG 운반선과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각각의 선박은 건조 난이도가 모두 다른데, 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든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건조가 쉬운 저가의 벌크선(포장하지 않는 화물을 적재하는 화물선)과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고가의 LNG 운반선을 비교해보겠습니다.
1척 단위로 비교하면 LNG 운반선의 CGT가 훨씬 큽니다. 하지만, 벌크선 숫자가 많아진다면 어떨까요? CGT도 따라 올라갈 겁니다.
"중국 조선사들이 워낙 많다. 그런데 기술이 못 따라주다 보니, 벌크선이나 LPG 운반선 같이 비교적 쉬운, 낮은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배들, 선가가 높지 않은 배들을 싹쓸어가고 있다. 실제 '케파'를 보면 건조 능력은 훨씬 더 크다. 그렇게 수주하면서도 이를 다 못 채우고 있다." - 한화오션 관계자
한국과 중국의 선박 수주 통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과 한국의 수주량은 클락슨리서치 기준 2331만 CGT와 1676만 CGT, 선박 수로는 866척과 303척이었습니다.
한국의 1척당 CGT(약 5만5천 CGT)가 중국(약 2만7천 CGT)보다 배가량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건조하는 선박의 질적 차이를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골라서 수주한다"…한국 조선업체의 '선별 수주'
현재,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3년치 일감을 모두 채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 수주하는 물량은 2027년에나 인도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조선업체들은 골라서 수주하는 이른바 '선별 수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과거 '묻지마 수주'로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선박 위주로 수주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3일, HD한국해양조선이 수주를 발표한 LNG운반선 가격은 2억 6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억 달러 초반인 초대형 유조선 두 척 가격입니다.
최근 사명을 바꾼 한화오션의 경우, 고민은 좀더 복합적입니다.
"도크나 슬롯이 꽉 차 있어서 물량 나왔다고 넙죽 받아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거기에 회사 대주주도 바뀌었다. 기본적인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해결이 되면 그때부터 조금더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 한화오션 관계자
■ '환경 규제'도 한국에 유리…미래 선박 기술 개발에 매진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도 우리 조선업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5%, 2050년까지 50%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운사들의 요청으로 규제 기준이 일부 완화될 수 있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입니다.
한국 업체들은 특히 이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형 해운사를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선박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메탄올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유에 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온실가스 등 오염 물질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선은 총 93척인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43척을 HD한국조선해양이 수주했다." -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
한국 조선업은 10년 가까운 긴 고난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든 회사를 떠나야 했고, 남은 사람들은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해왔습니다.
특히, 중국 조선업과의 차별화를 위해 미래 선박 개발을 염두에 두고 첨단 기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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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수 기자 (joann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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