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학부터 CEO 추천까지…여름휴가 때는 이런 책
여행서 들고 현지 속으로…CEO 추천서도 읽어볼까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걸 보니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속에서, 시원한 해변에서, 책을 들고 있는 상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주말이다. 고물가 속에, 집에서 책을 읽으며 피서하는 것도 경제적인 방법.
바쁜 일상을 핑계로 사두었으나 읽지 않은 책을 읽거나, 두툼하지만 마음에 양식을 주는 '양서'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책에 나온 빙하와 만년설로 바다와 산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가실지도 모른다. CEO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으며 심기일전해보는 것도 휴가를 보내는 또 다른 방법이다.
몸보신하는 '보양서' 같은 책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숟가락, 망치, 바퀴, 가위와 같은 범주로 분류했다. 한번 창조된 이후로 그보다 나은 게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레네 바예호가 쓴 '갈대 속의 영원'은 그런 책 이야기를 담은 인문서다. 2천여년 전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던 대도서관과 그곳에 책을 채우려는 책 사냥꾼의 모험을 그렸다. 책에 대한 갈망과 애정이 도드라진 인문서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빠져들 만한 작품이다.
바예호가 선사하는 이야기에 너무 빠져들었다면 조너선 갓셜의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을 읽으며 균형을 잡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지나치게 이야기에 빠져들지는 말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문명의 병폐를 부추기는 요인의 이면에는 언제나 마음을 미혹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넷플릭스나 왓챠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마니아들이 읽어도 흥미로울 만한 책이다.
묵직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헬레나 로젠블랫의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자유주의와 그 불만'에 도전해 볼 만하다. 개념 정리가 쉽지 않은 자유주의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자유주의라는 단어가 흘러온 역사적 자취를 살핀 책들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면 크리스토퍼 레너드가 쓴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과 연준 의장을 지낸 폴 볼커의 회고록 '미스터 체어맨'을 보면 된다. 연준의 의사결정 방식부터 위기 대처 수단, 작동 원리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이 밖에도 현대 환경문제를 집대성한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 책', 철새의 놀라운 지구 여행기를 그린 스콧 와이덴솔의 '날개 위의 세계', 자연의 경이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담은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 자폐와 ADHD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괄목할만한 과학자로 성장한 카밀라 팡의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도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
빙하와 만년설을 상상하기…여행서 들고 현지 속으로
시원한 이미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더위를 잊는 데 도움이 된다. '산에 오르는 마음'은 "책을 읽으며 나는 '내 몸'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히말라야 기슭에 다다른 듯했다"는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의 말처럼, 만년설의 풍경과 아름다움을 담은 인문서다. 산의 빛, 대기, 얼음, 눈, 빙하, 바위, 암벽 등 지질학·기상학적 특징을 과학적이고 문학적이며 철학적으로 탐구한 격조 있는 작품이다.
'빙하여 안녕'은 평생 빙하를 탐구한 학자가 빙하에 바치는 한편의 러브스토리 같은 책이다. 거대한 얼음 강과 산을 탐험하며 얼음 냄새를 맡는 저자의 모습이 청량감을 자아낸다. 저자가 북극곰을 만났을 때는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 빙하구혈(녹은 물로 인해 빙하에 수직으로 난 원통형 구멍)에 대한 상세한 묘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 최초로 인공 눈을 만든 나카야 우키치로의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는 가볍게 읽을 만한 에세이다. 홋카이도의 설국과 영하 20도 이하로 유지되는 실험실에서 꽁꽁 언 몸으로 연구하는 저자와 저자 동료들의 모습을 읽으면서 냉기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방에서 책을 읽기보단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휴가를 즐기는 알찬 방법이다. 유홍준의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저자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다이제스트 판이다. 이 한권을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의 문화유산을 만나러 가기에 충분하다.
올 상반기 여행지 중 가장 '핫'한 지역이었던 유럽에 가려는 독자들이라면 '부다페스트 1900년'을 가져가도 좋다. 20세기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정경을 그린 역사책인데, 일반 여행서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헝가리와 유럽 문화를 소개한다. 책에는 거리 풍경, 음식 냄새, 유럽의 음악이 살아서 꿈틀댄다. 오래전에 출간된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과 같은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으며 실망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여행을 가는 지역을 소개하는 여행서를 가져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터파크의 상반기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프렌즈 이탈리아' '프렌즈 스페인 포르투갈' '프렌즈 동유럽' '리얼 오사카' '스위스 셀프트래블' 순으로 많이 팔렸다.
CEO들이 읽는 책, 베스트셀러에 도전하기
휴가를 재충전의 기회로 삼으며 내공을 키워보려는 욕심을 지닌 독자들도 있다. 그럴 때 CEO들이 추천하는 책은 안성맞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 대상 지식·정보 서비스인 'SERICEO'를 통해 최근 발표한 'CEO가 휴가 때 읽어야 할 책'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CEO 회원 241명과 SERICEO 콘텐츠 제작에 함께한 전문가 35명이 설문에 참여해 모두 14권을 선정했다. 반도체 전쟁의 역사와 산업 전망을 제시한 크리스 밀러의 '칩워', 미국 주도 세계화의 종말을 선언한 피터 자이한의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닥터 둠'으로 유명한 누비엘 루비니가 세계에 드리운 10가지 위험 요소를 꼽은 '초거대 위협'과 같은 묵직한 경제 전망서뿐 아니라 김훈의 소설 '하얼빈', 요한 하리의 인문서 '도둑맞은 집중력'까지 다양하다.
트렌디한 독자라면 베스트셀러가 제격이다. 상반기 서점가에서 왕좌를 차지한 '세이노의 가르침'을 포함해 게리 켈러의 '원씽', '김미경의 마흔 수업'과 같은 자기계발서, '불편한 편의점' '스즈메의 문단속'과 같은 소설 등 다양한 책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SERICEO 추천서 목록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피터 자이한) ▲ 칩워(크리스 밀러) ▲ 이나모리 가즈오의 마지막 수업 ▲ 혁신에 대한 모든 것(매트 리틀리)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AI 이후의 세계(핸리 키신저 등) ▲ 초거대 위협(누비엘 루비니) ▲ 내가 틀릴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 최재천의 공부 ▲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마이클 샌델) ▲ 하얼빈(김훈) ▲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 ▲ 협력의 유전자(니컬라 라이하니) ▲ 바다 인류(주경철)
교보문고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
▲ 세이노의 가르침(세이노) ▲ 원씽(게리 켈러) ▲ 김미경의 마흔 수업(김미경) ▲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혜남) ▲ 역행자(자청) ▲ 불편한 편의점2(김호연) ▲ 구의 증명(최진영) ▲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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