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HD현대중공업…대법 "신설회사에 시정조치 책임 없어"

현대중공업, 협력 업체에 물품 대급 미지급
물적 분할로 신설법인 HD현대중공업 세워
공정위, 신설법인에 지급 명하는 시정조치
"하도급법, 신설회사 시정조치 승계 규정 없어"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책임이 신설회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18.12.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주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은 현대중공업에 대한 책임이 신설회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HD현대중공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제재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신속 판단을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으로 진행된다.

옛 현대중공업은 2011년 6월 협력업체가 납품한 실린더헤드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대체품 공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협력 업체는 일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은 보증기간이 지나 하자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후에도 협력 업체로부터 실린더헤드 108개를 추가로 납품 받았으나 물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물적 분할을 통해 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으로 나뉘었는데, 공정위는 신설법인인 HD현대중공업이 옛 현대중공업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했다며 재발방지 명령과 미지급 대금, 지연이자까지 총 4억5000여만원 지급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에 원고 HD현대중공업은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분할 이전의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설회사에 대해 하도급법상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없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역시 하도급법상 신설회사에 시정조치를 승계하는 규정은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현행 하도급법은 과징금 부과처분에 관해서는 신설회사에게 제재사유를 승계시키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준용하고 있으나 시정조치에 관해서는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시정조치의 제재사유가 승계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사안에서는 이를 소극적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어 "하도급법상 시정조치의 상대방이 될 수 없는 신설회사에 시정조치명령을 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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