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GS건설의 다급함…LH 패싱 독단적 '전면 재건축' 발표

홍성완 기자 2023. 7.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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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사에 귀띔조차 없는 이례적인 발표 강행, GS건설 "위기 타개 위한 초강수 결정"
'자이' 이미지 실추 회복 가능할지 의문…업계 "GS건설 시공능력 민낯 드러나"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를 비롯해 연달아 부실시공으로 논란이 되면서 GS건설의 아파트브랜드 '자이'를 두고 조롱하는 '순살자이', '하자이', '자이&다이', '메이드 인 자이나', '공동묘자이' 등의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GS건설은 검단신도시에 대한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GS건설은 검단신도시 발주처와 컨소시엄 업체에 어떠한 협의나 통보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논란의 불씨를 남겨두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급한 상황인 것은 이해되나, 적어도 발표 전 발주처와 컨소시엄 업체들에게 미리 귀띔이라도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서울 종로 GS건설 본사 전경 ⓒ홍성완 기자

◆ '전면 재시공 결정' 발표 전까지 관계사는 전혀 몰랐다

지난 5일 GS건설은 사과문을 통해 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인천 검단신도시에 대해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6일 GS건설은 공시를 통해 철거공사비와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에 대한 입주지연 및 보상금 등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 5500억원을 손실 비용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와 건설업계 등에서는 GS건설의 이번 재시공 결정으로 발생할 손실비용이 최소 5000억원 이상, 많게는 1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GS건설은 전면 재시공 결정 발표 전까지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컨소시엄 업체인 대보건설‧동부건설 측에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관계사들은 언론을 통해 재시공 결정을 알게 됐다.

이와 관련해 GS건설 관계자는 "경영진들도 갑자기 결정을 내리면서 LH와 컨소시엄 업체에 통보하지 않고 발표를 먼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이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내부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경영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회복 등을 위해 조금이라도 빨리 해당 결정을 발표해야 한다고 본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LH와 대보건설, 동부건설 등 발주처와 컨소시엄 업체들과 잘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다른 업체들의 손실과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이 관계사들과 어떠한 의견 교류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고시에도 합격한 검찰 출신이기에 가능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부 주무기관 공기업인 LH마저 패싱한 것은 이번 정권과의 친분이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 같은 추측은 '억측'에 가깝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 특히 LH 같은 공기업에 전면 재시공 같은 중대한 결정을 아무리 급해도 통보나 협의 없이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적어도 내부적인 결정에 대해 관계사들에게 미리 귀띔을 해주는 게 상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GS건설이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발표를 강행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모든 부담을 안고 가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발표를 한 것을 보면 당장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으로 봐야지 정치권과 연결시키려는 것은 억측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만큼 지금 GS건설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방증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검단 신도시뿐만 아니라 최근 1년 동안 그랑자이, 개포 자이, 평택 자이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져 브랜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과연 자이 브랜드를 계속 끌고 갈 수 있을지 마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 정도면 사명 교체까지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지 않나 싶다"며 "그만큼 브랜드와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처참할 정도로 하락했고,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급박한 결정과 발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GS건설만의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라며 "GS건설보다 더 위쪽에서 결정해서 내려오다 보니 본인들도 갑작스럽고 사전 조율할 시간도 없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고 밝혔다.

◆ 드러나는 GS건설의 처참한 시공능력

GS건설은 검단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부실시공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시공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GS건설의 시공능력과 후진적인 현장 문화에 대한 민낯이 최근 사고들로 인해 드러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추락에 따른 무형의 손실이 당장의 물질적 손실보다 더 뼈아픈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이 5대 건설사 중에서 보유기술자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GS건설은 주택사업으로 시공능력순위는 높으나 시공기술과 관련해서 부족함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3년간 공사실적 연 평균액과 경영 및 재무상태, 기술능력 등을 종합해 발표하는 '2022년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액'에 따르면, GS건설의 시공능력 순위는 5위이나 보유기술자수는 2856명으로 타 업체에 비해 부족한 편에 속한다. 가장 많은 보유기술자수를 보유한 시공능력 2위 현대건설(4904명)과 비교할 경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들 외에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보유기술자수 4336명, 3위 DL이앤씨는 2965명, 4위 포스코건설이 338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GS건설은 상위 5개 업체 중 가장 적은 기술자를 보유 중에 있으며, 6위 대우건설(4481명)과 7위 현대엔지니어링(3959명)에 비해서도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즉, 시공현장은 많으나 기술력을 가진 인원은 부족하다는 의미로 추론할 수 있다. 

시공능력 평가시 보유기술자수를 명시하는 이유는 잠재력과 경쟁력, 공사실적, 특허 노하우, 공사관리기술 등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보유자수는 일정부분 내부적으로 선진적인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는 척도이기도 하다"며 "이를 감안해 GS건설이 유독 부실 및 하자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설계 및 시공에서 철근을 빼먹는 건 요즘 시대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데 GS건설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규모에 걸맞지 않게 현장 분위기가 후진적이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속된 말로 '깡'이 좋다고 표현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GS건설이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 및 인식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의 논란들은 결국 이러한 내부적인 문제들을 방관해 온 것에 대한 결과가 아닐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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