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탈달러는 과대광고, 당분간 ‘달러 패권’ 지속”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중국 위안화가 조만간 달러 패권을 위협할 것’이라는 경제권 일각의 전망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달러가 영원히 기축통화 위치를 점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탈(脫)달러화에 대한 과대광고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 / 뉴스1

중동부터 남미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미국 국채를 파는 대신 금 보유고를 늘리고 국제 무역 대금을 위안화로 지급하는 등 탈달러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석유, 가스 결제 대금은 물론 원자력 발전소 건설비를 위안화로 지급한다.

하지만 크루그먼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위안화로 석유 대금을 결제할 때 (위안화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과대광고가 발생했다”며 “연방준비은행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 거래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약 88%로 안정적으로 유지됐기에 달러의 위상이 단기적으로 감소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외환 거래 8번 중 7번은 달러와 연관돼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달러의 위치가 지배적인 이유로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볼리비아의 법정통화인 ‘볼리비아노’를 말레이시아 통화인 ‘링깃’으로 환전하는 상황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볼리비아노를 링깃으로 환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하지만 볼리비아노를 달러로 환전한 다음 그 달러를 링깃으로 사면 훨씬 간단하고 저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영어 사용자가 중국어 사용자보다 많은 것처럼 여전히 달러 사용 비중이 더 높다는 것이 근거다. 크루그먼 교수는 “북경어가 국제 상거래에 있어 지배적인 언어가 되겠다고 생각하느냐”며 “중국 이외의 상당수 국가가 위안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위안화의 국제화도 비슷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위안화 자체가 가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 정부는 위안화 유통을 통제하기 때문에 위안화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한다”며 “위안화가 국제 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에 반한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로서는 좋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가 한동안 지배적 위치를 점할 것”이라고 칼럼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