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예술대 0-29, 0-29, 0-31…골득실 -89보다 더 심각한 것[김세훈의 스포츠IN]
팩트체크부터 해보자.
대회는 1·2학년 대학축구연맹전이다. 예원예술대는 아주대, 구미대, 대구대와 예선 8조에 속했다. 팀당 3경기를 치러 조 2위까지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예원예술대는 1차전에서 구미대에 0-29로 패했다. 10명이 선발출전했다. 전반 0-15, 후반 0-14. 90분은 채웠다. 2차전에서는 아주대에 0-29로 패했다. 8명이 선발출전했다. 후반 부상자 2명이 나오면서 6명만 남았다. 규정상 6명 이하면 몰수패다. 스코어가 0-3을 넘으면 그 스코어가 그대로 인정된다. 0-29 몰수패. 최종 3차전에서 대구대에 0-31로 졌다. 7명이 선발로 나섰다. 부상자가 생겨 전반만으로 경기가 끝났다. 0-31 몰수패.
8조 예선 최종순위에서 예원예술대는 3전전패(그중 2경기는 몰수패)다. 무득점에 89실점. 골득실 -89.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마지막 예원예술대-대구대전은 큰 의미가 없었다. 두 팀 모두 2패를 안고 치른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대구대가 100-0으로 이겨도 대구대는 3위밖에 못한다.
이렇게 마무리됐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더 큰 일이 날 뻔했다. 다른 3개팀이 모두 2승1패로 같았다면? 아주대가 3승을 거두고 구미대, 대구대가 서로 비겨 1승1무1패로 같았다면? 골득실차로 순위를 가려야했다. 예원예술대전 스코어가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끝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누가 어떻게 책임을 져야하는 것일까.
예원예술대는, 선수들이 고생했지만,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1·2학년 대회 최소 출전 신청 인원이 14명이다. 예원예술대는 15명을 올렸다. 스포츠과학과 일반 학생들이었다. 뛰지 못하는 부상 선수도 포함됐다. 선수들은 고군분투했지만 학교는 잘못한 것은 맞다. 예원예술대는 동아리가 아니라 학교를 대표하는 전문팀으로 등록됐다. 선발 11명도 못채웠고 3경기 중 2경기를 몰수패당한 것은 전문 팀으로서는 용납받기 힘들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등록팀은 1년에 최소 한 번은 협회 승인 대회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다음 연도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다. 한 개 대회도 뛰지 못하면 이듬해 선수 등록이 안 되고 곧바로 해체된다. 해체되면 5년 동안 재창단이 안 된다. 가혹한 규정이 문제라는 주장도 들린다. 하지만 해체 후 곧바로 창단을 승인하면 감독을 바꿔 해체와 등록을 반복할 게 뻔하다. 전문 축구팀을 운영하는 자세는 아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1년 정도 유예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전해 협회 승인 대회에 한번도 나서지 않은 팀이 이듬해도 전문팀 자격을 유지하고 신입생을 받는 게 과연 올바른 것일까. 베스트11도 못 꾸리고 선수 부족으로 몰수패당하는 게 그 팀만의 문제일까. 상대에게도 큰 피해와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지 않나.
대학축구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대한축구협회가 주최하는 U리그, 대학축구연맹이 주최하는 각종 대회 등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U리그는 실력에 따라 1, 2부로 구분돼 진행된다. 반면, 연맹 주최 대회는 실력 구분이 없다. 엘리트팀이든, 일반 학생팀이든 같은 조에 속해 겨뤄야 하는 구조다. 대승하는 엘리트팀도, 대패하는 일반학생팀도 얻을 게 없다. 예원예술대는 2022년까지는 U리그에 출전했지만 올해는 불참했다. 예원예술대가 U리그에 나섰다면 협회 승인 대회 최소 한차례 출전이라는 기본 책무를 다했기에 내년 선수 등록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요즘 대학은 운동부를 많이 만들고 있다. 운동부를 진정성있게 키우기보다는 부족한 신입생 숫자를 채우려는 꼼수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이런 학교 운동부에 가는 신입생들이 운동에 다시 희망을 걸 수 있을까. 희망 고문만 연장되는 게 아닐까. 운동을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택하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는 좋은 커리큘럼이 있기는 하나.
대학 축구부 존재감이 크게 약화됐고 정체성도 모호해졌다. 기량도 많이 약해졌다. 대학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생존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대학지도자, 대학,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축구협회, 대학축구연맹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학축구 기득권을 지키려해서는 안 된다. 그걸 고집하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만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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