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쉼과 치유의 공간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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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물을 길으러 가는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여인은 뙤약볕이 한창인 정오에 물동이를 들고 우물을 향해 걸어간다.
물질적으로 충족되는 삶을 누린다 해도, 가족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우울과 외로움을 느낀다.
그들이 찾아와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나눌 수 있고, 참된 자신을 회복해 갈 수있는 치유의 공간을 지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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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신선미의 자기인식노트]
성경에 ‘물을 길으러 가는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여인은 뙤약볕이 한창인 정오에 물동이를 들고 우물을 향해 걸어간다. 나는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인간의 목마름에 대해서 묵상한다. 인간의 목마름은 육체적 차원도 있고, 정신적·영적 차원도 있다. 마음 아픈 이들의 상담을 하다 보면, 인간은 육체적 목마름보다 정신적 목마름이 얼마나 강한지를 종종 경험한다.
물질적으로 충족되는 삶을 누린다 해도, 가족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 때 우울과 외로움을 느낀다.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관계를 목말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목말라 하고, 짊어진 책임과 감당해야 하는 역할들로 짓눌리는 이들은 자기만의 오롯한 시간을 목말라 한다. 상처와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치유를 갈망하며, 자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목말라 한다.
상담자가 되어 25년 남짓, 상처와 트라우마의 고통을 가슴 깊이 묻어두고 살아온 이들을 꽤 많이 만났다. 그들이 찾아와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맘껏 나눌 수 있고, 참된 자신을 회복해 갈 수있는 치유의 공간을 지켜왔다. 서울 명동 한복판의 ‘전진상 영성센터’다. 센터 주변은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상점들로 가득한데, 센터로 들어서면 그와 대비되는 고요함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센터가 ‘도심의 오아시스’ 같다고 한다. 센터에는 큰 마루방이 있다. 그 방에서 나는 소그룹집단상담을 수도 없이 진행해왔다. 사람들의 한과 응어리에서 터져 나오는 통곡과 절규를 함께 아파하며 경청했다. 나에게 그들의 울음과 절규는 신께 드리는 진솔한 기도처럼 느껴진다.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나오는 진실한 마음의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간 많은 이들이, 이 공간은 ‘자신이 다시 태어난 곳, 새로운 어머니의 자궁’ 혹은 ‘치유의 샘’이라 말할 때, 나는 가장 기쁘다.
성경의 사마리아 여인은 우물가에 계시던 예수님과 영적인 대화를 한다. 육체를 위한 물이 아니라 영혼의 목마름을 해갈하는 영적 물에 대한 대화다. 이 만남을 통해 여인은 새로 태어난다. 생명의 차원이 육체적, 물질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정신적이고 영적인 차원으로 드높여진 것이다. 이런 순간에 인간은 가장 깊은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는 영혼의 공간이 있다. 끊임없이 분주한 삶을 살면서 방치되는 내적 공간이다. 돌보고 가꾸지 않는 영혼은 사막화 되기 쉽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체력을 단련하듯 자신의 마음과 영혼도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지친 마음을 쉬게 해주고, 메마르고 아픈 영혼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응원을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질 만능 사회, 치열한 경쟁과 생산 강박으로 불안한 사회에서 우리의 영혼은 상처를 받는다. 인간 존재에 폭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은 한가로운 고독을 필요로 한다. 자신을 마주하고, 오롯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생산 강박적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삶의 진정한 의미와 방향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곳은 개인적으로 혹은 소집단으로 할 수 있는 상담이나 마음공부, 그리고 영성훈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홀로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쉬거나 기도 혹은 명상과 피정을 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자기만의 오롯한 시간,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쉼과 치유의 시간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도심 속의 치유의 샘, 전진상 영성센터에 초대하고 싶다
글 신선미(가톨릭전진상영성심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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