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들고 행패 부린 아들 법정서 감싼 노모…존속협박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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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술만 마시면 종종 행패를 부리던 아들이 또 화가 났다.
A씨는 법정에서 "과거에 다른 사람한테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술을 마셨더니 그 사건이 생각났다"며 "망치를 든 이유는 화풀이하기 위한 행동이었고 어머니를 협박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모는 앞서 수사기관에서도 "원래 (아들이) 그래서 '술 먹고 또 저런다'고 생각했다"며 "울화가 치미는데도 꾹꾹 참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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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평소 술만 마시면 종종 행패를 부리던 아들이 또 화가 났다. 여든이 넘은 노모는 이제 말릴 기운도 없었다.
지난해 5월 7일 오후 9시. A(63)씨는 술에 취해 집에서 또 소란을 부렸다. "빨리 자라"는 어머니 B(83)씨의 말에 갑자기 더 화를 냈다.
거실 서랍에 있던 망치를 집어 든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죽어버리겠다"고 소리쳤다.
같은 해 10월. 오전 9시인데도 A씨는 또 소주를 들이켰다. "아침부터 또 술이냐"는 노모의 타박에 그는 소주병 3∼4개를 현관 밖으로 집어 던졌다.
A씨는 과거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여러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도 있었다.
검찰은 욕설하며 행패 부린 행위는 협박으로, 소주병을 던진 행위는 폭행으로 판단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장에 적힌 두 사건의 피해자는 모두 그의 노모였다.
A씨는 법정에서 "과거에 다른 사람한테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술을 마셨더니 그 사건이 생각났다"며 "망치를 든 이유는 화풀이하기 위한 행동이었고 어머니를 협박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주병도 어머니를 향해 던지지 않았다"며 존속폭행 혐의마저 부인했다.
재판에 넘겨진 아들 탓에 노모도 법정에 나와야 했다. 증인석에 앉은 그는 재판장 앞에서 "당시 아들의 행동이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노모는 앞서 수사기관에서도 "원래 (아들이) 그래서 '술 먹고 또 저런다'고 생각했다"며 "울화가 치미는데도 꾹꾹 참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도 행패를 부린 아들을 법정에서 감싼 B씨의 모정에 더 무게를 뒀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존속협박과 상습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겁을 먹은 게 아니라 오히려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피고인은 B씨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한 욕설은 일시적인 분노 표시에 불과했고 (망치를 든 부분도 어머니를) 협박할 고의가 없는 행동이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B씨는 '아들이 소주병을 현관문 밖으로 던졌을 뿐 나에게는 던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B씨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현관문 밖으로 소주병을 던진 행위를 폭행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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