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이 마신 노량진 수조물은 어떻게 왔을까? [와이즈픽]
무려 7번이나…눈을 의심했던 그 장면
지난달 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일본 오염수 방류 전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목적이 분명했다. 김영선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그리고 류성걸 의원 등 기재위 의원들이 함께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를 둘러보던 김영선 의원이 대게가 담긴 한 수조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이 물, 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며 손으로 물을 떠서 마셨다. 충분히 놀랄만한 장면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가게에 가서는 광어가 담긴 수조에 관심을 보였다. 김영선 의원은 상인에게 "이거 바닷물이에요? 수돗물이에요?"라고 물었고 상인이 "바닷물을 정수해서 쓰고 있다"고 답하자 다시 손을 뻗어 또 마셨다. 옆에 있던 류성걸 의원도 뒤늦게 수조물을 마시더니 "아, 이거 완전 바닷물이네 짭쪼름하네"라고 거들었다.
김영선 의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1년(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에 방류해 우리 근해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일본에서) 방류할 물보다 이게 훨씬 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카메라에 잡힌 것만 보면 이날 김영선 의원이 이날 수조물을 마신 횟수는 7번 정도로 보인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물은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수조물은 어떤 과정을 거치나?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직접 물어봤다. 수조물은 인천 앞바다에서 퍼온 물이란다. 노량진 수산시장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횟집에서 사용하는 수조물은 대부분 인천 바닷물이다. 다만 바닷물을 100%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정부에서 허가받은 전문 해수 공급 업체가 따로 있다. 이 업체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포함해 여러 수산시장에 물을 매일 공급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우 하루에만 물탱크 차량 수십 대가 들어온다고 한다.
인천 바닷물은 여러 여과 과정을 거치는 데 어류에 따라 다르다. 상어류의 경우 복잡한 여과 과정 없이 바닷물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다른 어류는 바닷물에 영양분까지 공급해 줘야 한다. 어류의 피부와 비늘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인천 앞바다에서 퍼온 물은 노량진 수산시장 물탱크로 이동한다. 물탱크에 물을 저장해 놓고 여러 가게에서 필요할 때마다 물을 떠 와서 수조를 채운다. 수도 꼭지처럼 되어 있어 퍼오기도 쉽다. 이 물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으로 떠 마신 거다. 김영선 의원이 수조물을 직접 마시지 않았다면 솔직히 이렇게까지 알아볼 사안도 아니었다.
그런데 또 궁금해졌다. 그럼 아쿠아리움 물은? 이것도 인천 바닷물이다. 예전에는 아쿠아리움 관리 기업에서 직접 퍼오기도 했지만 여기도 현재는 해수 전문 업체가 물을 공급한다. 생물에 따라 해수가 아닌 서울 수돗물인 아리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경우는 별도의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공 바닷물도 사용한다. 담수에 소금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인공 해수염'을 풀어서 사용하는데 이 또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차원이다.
상당히 '정치적인 행위'
노량진 수산시장 물이 인체에 치명적이진 않다.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걸 마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적이다. 수조물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인 이유다. 동해물도 아닌 인천 앞바다인 서해물인 데다 일본 오염수 방류 전의 우리 바닷물이다. 방송사와 신문사 카메라 앞에서 바닷물인 수조물이 안전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정치적인 행위다. 야당에선 "왜 몸을 던져 일본 편을 드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어떤 목적으로 마셨을까? 논란 이후 김영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내가 그 물 한번 먹어보겠다, 이게 튀겨지는지 뇌 송송 되는지 봐라, 이러고 먹어본 것"이라고 했다.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면 수조물이 언제 어디서 왔는지만 확인해도 맞지 않다는 걸 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를 원한 장면이었을텐데 대략 짐작만 갈 뿐이다.
분명한 건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물을 마시는 행위 자체로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번 '먹방 논란'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 정서를 더 자극한 측면도 있다.
YTN 이대건 (dglee@ytn.co.kr)
YTN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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