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펫푸드 이야기] (3) 반려동물과 겸상…질적 진화는 어디까지
하림펫푸드·우리와 등 국내 업체 2곳 내놔
"펫가족화와 구매력 맞물리며 고급 펫푸드 시장 전망 밝아"
반려동물이 먹는 펫푸드 수준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이제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공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설령 반려동물영양연구소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원료·영양학적 측면에서 펫푸드가 발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선 원료 부문에서는 이전엔 가축의 뼈·내장 등 사람이 먹을 수 없는, 혹은 먹고 난 후의 잔여물을 건조한 후 열처리했다면 지금은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닭가슴살·오리고기 등이 활용되는 수준에 올라섰다.
곡물도 마찬가지다. 이전엔 비교적 오래된 곡물이 반려동물 먹이 재료로 쓰였다면 지금은 신선한 곡물이 활용된다.
영양학 측면에서는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나 오메가3 지방산처럼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 성분들이 가미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에는 진단하기 힘들었던 질병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휴먼그레이드’를 아시나요=현재 펫푸드 업계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사료를 의미할 때 ‘휴먼그레이드(Human Grade)’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아직 법적으로 규제 받는 용어는 아니긴 하지만 ‘피드그레이드(Feed Grade)’의 반댓말로 통용되고 있다.
피드그레이드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등급으로 껍질·뼈 등이 함유된 분말 형태의 육분, 살을 발라내고 남은 부위의 야채·과일의 껍질 등을 의미한다.
휴먼그레이드 사료의 탄생에는 ‘펫 가족화’ 현상이 자리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때론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현아 대구한의대학교 반려동물보건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반려동물 사료라고 하면 오직 저가 제품만 있었지만 이제는 중간 가격, 나아가 고가 등 가격 카테고리가 세분화되고 있다”며 “반려동물의 위상이 크게 변화했음을 알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계 2곳 발빠르게 ‘태세 전환’=국내에선 하림그룹의 자회사인 ‘하림펫푸드’가 대표적이다. 하림펫푸드는 ‘더리얼’·‘밥이 보약’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66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233% 늘어난 수치라는 게 하림펫푸드 측의 설명이다.
하림펫푸드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위한 ‘진짜 음식’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정설령 대표 역시 “아무래도 생고기를 블렌딩할 정도로 휴먼그레이드에 가까운 최상급 사료를 만들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제분의 자회사인 ‘우리와’ 또한 관련 업계를 이끄는 곳 중 하나다.
우리와는 ‘ANF’ ‘이즈칸’ ‘웰츠’ 등을 통해 ‘홀리스틱’과 ‘신선식’ 사료를 선보인다. 홀리스틱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그레인·글루텐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곡물 사료다.
이를 위해 우리와는 2020년 충북 음성에 ‘펫푸드 키친’을 건립해 신선육을 냉동 상태로 보관하거나 교차 오염 방지를 위한 이동 경로를 설정해 식품 안전 관리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국내 펫푸드 시장 현황과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반려견 사료 시장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국내 식품 기업은 이 두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휴먼그레이드' 이후의 펫푸드=정 대표는 “휴먼그레이드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수준의 원료가 아니라 사람이 섭취하기 위한 용도로 사육되는 가축의 일부를 휴먼그레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의 퇴보한 인식이 펫푸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지적했으나 “변량(똥의 양)이나 모질(털 상태)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만큼 조금 더 많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반려동물에 좋은 사료를 먹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지속적인 프리미엄 제품 런칭이 맞물려 펫푸드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현아 대구한의대학교 교수는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펫푸드 시장은 동물영양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양학적 기준과 관리체계 등이 발달하고 있기에 미래에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기준이 될 것 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