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 신입생' 이강인, '트레블 감독' 엔리케 애제자 가능하다[이강인 PSG 입단]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이강인이 마침내 프랑스 리그앙의 '거탑'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의 일원이 됐다. 이강인과 함께 PSG에서의 첫 여정을 시작할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감독이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함께하게 된 이강인(왼쪽)과 루이스 엔리케 감독. ⓒPSG

PSG는 9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의 영입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 등번호 19번을 달게 될 22세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구단에 합류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라고 말했다. 이강인과 PSG의 계약 기간은 2028년까지다.

이강인은 "PSG에 합류할 수 있어 기쁘다. PSG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이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모험을 빨리 시작하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전했다.

한편 엔리케 감독 역시 PSG에 새롭게 부임해 프랑스에서의 첫 감독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스페인에서 10년 넘게 살아 스페인어가 익숙한 이강인에게는 스페인 감독이 온 것이 소통의 측면에서 매우 잘된 일이다. 그렇다면 전술적인 측면을 봤을 때 이강인은 출전 기회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이강인은 2022~2023시즌 스페인 라리가의 마요르카에서 약점이었던 수비력과 공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크게 향상시켰다. 과거에는 발렌시아 시절 포함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 외에는 어울리는 포지션을 찾기 어려웠으나 단점을 보완하면서 처진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측면 미드필더, 심지어는 수비형 미드필더, 윙백, 풀백으로까지 기용되면서 마요르카를 리그 9위로 이끄는 에이스 역할을 했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 베다트 무리키와 호흡을 맞출 때 공 없는 상황에서의 발전이 눈에 띄었다. 무리키가 공중 경합해준 공을 이강인이 적절한 위치에서 받아냈고, 손흥민처럼 상대 수비라인을 부수고 침투하는 플레이도 펼치며 마요르카의 공격을 이끌었다.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을 잘 가져가며 공을 더 많이 소유하게 되니 기존의 장점이었던 드리블과 침투 패스를 펼칠 기회 역시 더 많아졌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유럽 5대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드리블 성공 횟수 90회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112회), 리오넬 메시(당시 파리 생제르맹·102회), 제레미 도쿠(스타드 렌·96회)에 이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드리블 성공률에서는 67%를 기록하며 쟁쟁한 이름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섰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불리는 메시의 드리블 성공률은 55%였다.

ⓒPSG

이강인은 또한 쓸데없는 체력 소모를 방지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를 압박해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장면을 직전 시즌에 많이 만들었다. 상대의 패스 길목을 미리 선점하고 있다가 공을 탈취하고, 중원에서 측면으로 패스가 전개됐을 때 재빠르게 측면으로 이동해 동료의 패스 길을 열어주는 등의 움직임으로 경기장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현재 이강인은 높은 위치에서 공격수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주는 전통적인 10번(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현대 스타일의 미드필더로 바뀐 모습이다. 중앙과 측면 어느 위치에서나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쓰임새가 많아졌다.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과 같은 멀티 플레이어를 잘 활용하고 선수의 포지션 변경으로 대박을 맛본 적이 있는 감독이다. 엔리케가 FC 바르셀로나의 감독을 맡은 첫해였던 2014~2015시즌, 바르셀로나는 구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비-이니에스타-부스케츠의 중원 조합이 노쇠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위기는 기회였다.

엔리케는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반 라키티치를 활동량 많은 중앙 미드필더로 변신시키며 사비와 부스케츠의 역할을 분담하게 해 미드필드를 보완했다. 우측 풀백이 본 포지션이었던 세르지 로베르토의 미드필더 재능도 꽃피웠다. 전성기였던 2010년대 초반에 버금가는 중원을 구성한 엔리케의 바르셀로나는 해당 시즌에 구단 역사상 2번째 트레블(리그, 국왕컵,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영광을 누렸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을 적극 기용해 트레블을 쟁취한 감독이 사령탑으로 왔다는 것은 이강인에게 희소식이다.

또한 엔리케 감독은 후방에서부터 선수들 간의 삼각 대형을 유지하며 짧은 패스로 풀어나오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확실한 득점원이 있다면 과감하고 직선적인 패스도 가미하는 감독이다. 이제 PSG에는 적극적으로 패스를 시도하는 이강인과 빠르고 확실한 득점원인 킬리안 음바페가 있다. 한국 축구 팬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이강인-음바페 합작 골은 엔리케 역시 원하는 장면이다.

2014~2015시즌 FC 바르셀로나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