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농식품 모태펀드가 가져온 변화

정성봉 농업정책보험연구원 투자지원센터장 2023. 7.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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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산업이 태동하고 활성화되려면 성장을 뒷받침할 자금이 유입돼야 하고, 산업을 대표할 혁신기업들이 등장해야 한다. 정부는 2013년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벤처캐피탈(VC) 산업과 창업기업들을 지원하는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성장 사다리 펀드'가 등장하는 등 이런 정부의 의지에 힘입어 VC 운용자금이 2012년 10조4000억원에서 2015년 17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이때부터 VC생태계 범위가 확장돼 초기 마이크로VC, 액셀러레이터,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투자주체들이 등장한다.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VC산업 자체를 확대하기 위한 거시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몇가지 아쉬움 점들이 보인다.

먼저 아직도 국내 VC산업은 공적 출자금 비중이 크다. 시장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기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정책자금의 촉진 역할을 필요로 하는 많은 분야가 존재한다. 또 하나는 특정산업의 쏠림 현상이다. 한국벤처투자(KVIC)의 통계자료를 보면 ICT(정보통신기술), 바이오·의료, 유통·서비스 분야에 벤처자금이 집중돼 있다. 농림수산식품 분야를 비롯해 몇몇 분야는 별도의 통계치로 산출되지 못한 채 '기타'로 분류돼 있다. 국가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이 가장 외면받는 실정이어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농업은 선진국형 산업이다. 미국,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농업을 근간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 최근 농업도 스마트화돼 디지털 농업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환경 오염, 코로나19, 국제 분쟁 등 국내외 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식량 자급률, 식량 안보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크다.

그렇다면 농산업의 금융환경은 어떠할까. 전통적으로 농업금융은 보조금과 융자에 의존해왔다. 과거에는 농촌사회라는 집단적 특성이 존재해 다소 폐쇄적이며 지역 기반에 커뮤니티를 형성해왔기 때문에 타인 자본이 들어오는 것에 민감해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움직임이 달라졌다. 젊은 기업인들이 스마트팜, 푸드테크, 농식품 플랫폼, 디지털 농업 분야에 진입했고, 마켓컬리, 프레시지, 우듬지팜, 제주맥주, 엔씽, 팜에이트 등 대표적인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의 구심점엔 제3섹터형 금융으로서 '투자'가 존재한다. 농식품 분야는 2010년부터 별도 정책펀드인 농림수산식품투자모태조합(농식품 모태펀드)을 통해 농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펀드 조성과 농식품기업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VC시장의 관심도가 낮았던 조성 초기와 달리 작년 말 기준으로는 약 1조8000억원 규모로 111개 펀드가 조성돼 있으며, 농식품펀드 조성을 희망하는 VC가 늘고, 출자사업 경쟁률도 증가 추세다.

또 기존 벤처펀드 출자기구로 사용되던 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방식이 아닌 농식품투자조합이라는 별도의 투자기구를 통해 농식품 벤처시장 육성과 투자유치를 위한 체계적인 구조를 만들어 왔다. 농림수산식품산업의 구조적·정책적 지원 특성상 농식품 모태펀드의 등장은 농식품 기업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이는 농식품 펀드와 이를 관리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도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지난 12년의 노력 덕에 현재는 '투자'의 개념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성장단계에 필요한 자금조달 수단의 하나로 투자유치에 도전하는 농식품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정책펀드로서 단순히 정부의 정책자금을 기반으로 투자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정책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해 민간자금을 끌어와 규모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식품 기업들에게 투자하고 성과를 창출하는데 있다. 이 성과는 자금회수로 이어지며 회수된 자금은 재출자 재원으로 활용된다. 즉, 농식품 벤처투자 생태계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다. 농식품 모태펀드는 시장 실패 보완을 넘어 농식품 벤처투자 시장의 선순환을 견인하고 농식품 기업들의 성장을 유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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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봉 농업정책보험연구원 투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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