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위협하는 ‘인공 소음’, 이젠 해결할 때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2023. 7.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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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도시 생태계’를 구축한 생명체이다. 올해 기준으로 지구 인구는 80억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많은 인구 대부분이 거주하는 도시는 각종 공장과 일상의 편의시설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음들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 소음이다.

기계 소음은 회전 동력을 전달하는 원동기나 모터에서 주로 발생한다. 공기를 가르는 날개, 즉 선풍기, 환풍기, 풍력 발전기, 비행기 등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공적인 소음은 자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과도한 수준의 소리를 낸다. 지구상 생명체들에게 많은 스트레스와 피해를 주는 것이다.

지름이 약 1만2000㎞에 이르는 지구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지구 표면에서 높이 10㎞ 안쪽에 집중돼 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얇은 막으로 구성된 대기권 내에 생태계가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공간에 각종 기계류가 만든 다양한 소음이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태계가 소음으로 교란되는 일은 지구 역사상 유례가 없던 현상이다.

환경에 방출되는 소음을 줄여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뭘까. 일단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청각의 중요성 때문이다. 청각은 오감 중 하나이다. 소리 없이 주변의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서 소리 없이 화면만 본다면 아무 감흥이 없을 것이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소리를 통해 감지하기도 한다. 소리를 바탕으로 공간에서 어떤 사물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인공적인 소음들이 수시로 우리의 귀로 들어오면서 청각을 교란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소리는 생명체의 감정 상태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최신 뇌과학에서 밝혀지고 있다. 사람은 물론 생태계 전체를 위해 어떻게 하면 소음을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각종 소음에 노출된 생명체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바꿔야 할 때이다.

인공적인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회전하는 기계류의 저소음화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자동차 바퀴의 노면 마찰음, 환풍구 덕트의 공기 진동음, 에어컨 실외기와 건설 기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 등이 대상이다. 음향 분야 과학자들이 집중해 해결할 과제다. 소음의 원인을 규명해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본격적인 산업화 이전, 자연 생태계는 편안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파도 소리, 계곡물 소리, 바람 소리, 빗소리, 새소리 등이다. 이런 소리에 생명체는 오랜 기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를 점령하면서 바뀌었다. 도시가 생기고 각종 산업이 거대한 수준으로 발전하며 각종 인공적인 소음으로 지구가 가득 찼다.

인공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질 높은 생활, 안정된 자연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소음 감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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