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지끈 두통, 무더위 탓일까? 잠깐 왔다 사라지는 ‘미니 뇌졸중’ 때문일 수도

권대익 2023. 7.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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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부분 별문제 없지만 간혹 이런 증상이 '미니 뇌졸중'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연일 찜통더위가 지속되면서 일사병ㆍ열사병 등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두통ㆍ어지럼증 등과 같은 증상이 생기면 온열 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뇌졸중 전조 증상일 수 있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 혈압이 떨어지고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서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뇌졸중 발생 전 40%가 ‘미니 뇌졸중’ 겪어

온몸을 순환하는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腦卒中ㆍstroke)이 생긴다. 뇌졸중은 뇌경색(76.3%), 뇌 내 출혈(14.5%), 지주막하(蜘蛛膜下) 출혈(8.9%) 순으로 발생한다.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는 국내 전체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정도로 위중한 질환이고 ‘돌연사 주범’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목숨을 잃거나 반신 마비ㆍ언어 장애ㆍ의식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으므로 예방과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빠른 응급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전조 증상은 갑자기 나타난다. 주요 전조 증상으로는 갑자기 한쪽 얼굴에 안면 떨림과 마비가 오고(Face dropping),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면서 감각이 무뎌지고(Arm weakness),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해지는(Speech difficulty)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119에 즉시 전화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Time to call 119). 미국뇌졸중학회는 뇌졸중을 빨리 알아 병원에 빨리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FAST’라는 단어로 홍보하고 있다.

뇌졸중은 전조 증상 발생 후 골든타임인 4시간 30분 이내 치료해야 후유증이 적으므로 전조 증상을 잘 알아둬야 한다. 이 시간 내에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3개월 후 일상생활 복귀율이 발병 후 6∼12시간 만에 치료받은 사람보다 26%나 높아진다. 물론 더 빨리 치료받을수록 혈전용해제 투여 등 빠른 조치로 일상생활에 더 빨리 복귀할 수 있다.

간혹 뇌졸중 전조 증상이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전체 뇌졸중의 10~20%를 차지하는 ‘미니 뇌졸중(일과성 뇌허혈 발작ㆍTransient Ischemia Attack)’일 가능성이 있다. 뇌혈관이 크게 좁아지거나 막혀 피가 흐르지 못하다가 24시간 이내 다시 흐르는 증상을 말한다. 미니 뇌졸중이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지기도 해서 무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뇌졸중의 강력한 전조 증상이기에 재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미니 뇌졸중을 겪은 후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2일 이내 5%, 1주일 이내 11%, 3개월 이내에는 20~30%나 된다”며 “미니 뇌졸중이 나타났을 때 빨리 조치하면 뇌졸중의 80% 정도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했다.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붉은 화살표로 표시된 부위 뇌혈관이 막혀 끊긴 것처럼 보인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고혈압ㆍ당뇨병 등 관리 잘해야 예방

뇌졸중은 잘못된 생활 습관 등으로 발병할 때가 가장 흔하다. 고혈압, 흡연, 스트레스, 나쁜 식습관, 복부 비만 등이 뇌졸중 위험 요인의 80%를 차지한다. 따라서 자신이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뇌졸중 위험 요인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고기보다 생선을 먹는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유산소운동, 근력 운동과 코어 근육 운동 등 다양한 신체 활동과 운동도 중요하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뇌졸중을 2.7배 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4~5회, 한 번에 30분~1시간 정도 꾸준히 실천하면 심ㆍ뇌혈관 질환을 줄일 수 있다.

금연도 당연히 해야 한다. 흡연은 뇌경색 위험을 1.5∼2배, 뇌출혈 위험을 2∼4배가량 높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 45세 이하 젊은 남성 뇌졸중 환자 발병 원인의 45%는 흡연, 29%는 고혈압이었다. 다만 뇌졸중 위험은 금연 2년 뒤부터 줄어들어 5년이 지나면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떨어지므로 빨리 금연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와 우울증도 뇌졸중 위험을 높이므로 정신 건강 관리도 중요하다. 스스로 관리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을 필요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 결과, 뇌졸중이 처음 발병한 뒤 2년 이내 25.4%가 우울증으로 진단됐고, 3개월 이내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했다.

또한 코골이가 심하면 뇌졸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코골이가 심하면 체내에 들어오는 산소량이 줄고 이로 인해 뇌손상과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코골이가 심하면 뇌졸중 위험이 67%, 심장발작이 34% 더 증가했다.


[뇌졸중 자가 진단법 ‘FAST 법칙’]

▷F(Face Dropping): 한쪽 얼굴이 떨리고 마비된다.

▷A(Arm Weakness): 팔다리 힘이 없고 감각이 무뎌진다.

▷S(Speech Difficulty): 말할 때 발음이 이상하다.

▷T(Time to call 119): 증상이 생기면 곧바로 119로 전화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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