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마리아에 바치는 황금의 꽃, 아프리카 여인 닮은 메리골드[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멕시코 원산, 아프리-유럽 이동, 봄부터 가을까지 꽃 피워
아프리카 메리골드(천수국), 프렌치 메리골드(만수국)
루테인 성분 함유 백내장 등 눈 건강에 효험…꽃차 인기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예전에 나 어릴 적/학교 화단에 채송화 다음으로 큰/너를 보았어.//그때 너를 백일홍이라 불렀지./나중에 네 이름이 메리골드란 걸 알고 /조금은 부끄러웠어.//그래~ 꽃이름이란 참 묘하지/며느리밑씻개도 있구/사위질빵도 있구/애기똥풀도 있잖아//꽃만 보면 그만일 것 같은데/마치 아프리카 여인을 닮아 질긴 목숨 다하는/한여름의 정열(情熱)이랄까? 정념(情念)이랄까?//아프리카 고향이라도 생각나는 거니?/나의 메리 킴(Merry Gold) 아가씨! >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을 지낸 서진석 박사의 시 ‘아프리카 여인을 닮은 꽃~ 메리골드’처럼 메리골드는 채송화보다는 크고 백일홍보다는 작지만 많이 닮았다.
메리골드의 본명은 ‘마리골드(Marigold)’다.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등 알록달록한 색깔의 꽃으로 ‘마리아(Maria)’와 ‘황금(Gold)’이 결합된 이름으로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황금의 꽃’을 뜻한다. 어쩌다가 ‘메리골드’란 이름으로 정착됐는지 궁금하다.
시에서 ‘메리 킴(Merry Gold) 아가씨!’라며 정열의 아프리카 여인 이름을 붙였다. 메리골드는 멕시코가 원산으로,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

메리골드는 봄부터 서리가 내리기 전 늦가을까지 제법 긴 기간 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천수국(千壽菊)’‘만수국(萬壽菊)’으로 불린다. 품종상 천수국은 ‘아프리칸(African) 메리골드’다.키가 큰 편이며 노란색 또는 주황색의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피고 꽃잎 가장자리가 오글거리며 똑바로 서서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공작초’ ‘홍황초’라는 이름이 있다.

이후에 보급된 만수국은 ‘프렌치(French) 메리골드’라고 불린다. 키가 작은 편으로 홑꽃 또는 겹꽃으로 피고 다양한 색상과 무늬가 있다. 가지를 많이 쳐서 옆으로 퍼져서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흔히 금잔화(金盞花) , 금잔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금잔화’라는 꽃은 따로 있다.
메리골드는 쌍떡잎식물로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초본이다.메리골드의 전해내려오는 전설 한 토막. 옛날 그리스에 한 소녀가 살았다. 소녀는 매일매일 아름답게 빛나는 아폴론의 눈동자를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밤새 들판에 나가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아폴론을 향한 사랑이 너무 깊어져 결국은 태양을 바라보다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소녀가 밤새 기다리던 그 자리에 태양을 닮은 꽃이 피어났다. 이 꽃이 메리골드다.
메리골드 꽃말은 ‘가련한 애정’‘이별의 슬픔’이다. 천수국은 이별을 상징하는 의미가 강하고 만수국은 전혀 다른 의미로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뜻하기도 한다. 많이 헷갈리게 하는 꽃말이다.

아침이면 해를 따라 꽃잎을 열었다가 저녁이면 오므리는 이 꽃은 ‘주인의 시계’‘여름의 새색시’라는 독특한 별명이 있다. 그래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겨울이야기’에서 메리골드를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고 해가 뜨면 같이 울면서 일어나는 꽃’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 산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채송화 같기도 백일홍 같기도 하다.관상용으로 많이 심지만 메리골드의 특유의 진한 향은 해충 방지용으로 이용된다. 집에 메리골드를 심으면 뱀이 얼씬도 못한다고 한다.

메리골드는 진한 향 만큼이나 약용 효과도 뛰어나다. 가장 중요한 성분이 ‘루테인’이다. 이 루테인 성분이 시금치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아 눈건강에 이로우며 특히 백내장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거 MBN 예능프로 ‘엄지의 제왕’은 메리골드 100그램당 4만5000 마이크로그램의 루테인, 지아잔틴이 함유돼 있다고 소개했는데, 이는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브로콜리의 약 32배, 케일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항진균성이 뛰어나 칸디다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꽃을 달인 물은 외상, 화상, 동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메리골드는 차로 음용할 수 있지만 열에 강한 지용성 색소이기 때문에 채소볶음 시 기름과 함께 조리해 먹으면 더 쉽게 섭취할 수 있다.
메리골드는 ‘가난한 사람들의 샤프란’이라고도 불린다. 고가의 샤프란 대용으로 사용되기 도 한다. 지금도 쌀요리나 오믈렛, 수프에 넣어 독특한 맛과 색을 즐긴다고 한다. 특히 자연건조에도 꽃의 색이나 모양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아 꽃차로 활용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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