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200개 만든 변호사 문재인도 “노동계 무리한 요구가 개혁 가로막아”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7. 9. 0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인해 사회적 논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시위와 파업으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깨끗이 접는 게 나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3일 시작해 오는 15일까지 2주간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세워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민주노총은 대한민국 진보진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지닌 집단입니다. 그래서인지 역대 대통령 연설에서도 민주노총을 언급한 사례는 진보진영 대통령들로 국한되고, 보수진영 대통령들은 단 한 차례도 연설기록을 찾을 수 없는데요. 대통령의 연설 이번회차는 진보진영 대통령들의 민주노총 관련 발언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민주노총 합법화 김대중 “시민과 노동자의 시위·집회·파업 자유로워져”
대통령 연설문에서 민주노총이 처음 언급된 것은 1998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함께)’입니다. 이 당시는 민주노총이 합법화되기 이전인데요.

사실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도 아니고 진행자였던 차인태 전 아나운서가 “대표 질문자로 선정한 8명 가운데는 민주노총측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어제 민주노총측이 불참을 통보해 와서 대표 질문자가 일곱 분이 되었다”고 한 기록입니다.

1999년 11월 새천년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결성대회 치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노총이 결성 4년만에 마침내 합법단체가 됐다고 밝히게 됩니다. 김 전 대통령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시위와 집회, 파업 등을 자유롭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며 “10년 동안이나 불법으로 묶여있던 교원노조와 민주노총이 모두 합법화되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2001년 ‘IMF지원자금 상환기념 만찬 말씀(국난극복의 주역들)’ 연설을 통해 “수많은 근로자들이 구조조정과 실업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다함께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동참했습니다”라며 민주노총과의 우호적 관계를 재차 드러냈습니다.

문재인 “노동계 조급함이 정부 입지를 약화시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동계와 인연이 가장 깊은 인물입니다. 지난 2018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부 초청간담회’에서 민주노총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는데요. 문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실지 모르겠는데 80년대 노동운동이 대분출되던 시기부터 오랫동안 노동변호사를 해 왔습니다. 1세대 노동변호사인 셈이죠.

특히 창원·울산·거제 쪽이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중심이던 그 시절에 제가 그 한가운데 섰기 때문에 아마 노동 사건 변론도 저처럼 많이 한 변호사가 없을 겁니다. 그런 인연 때문에 부산에서 노동운동단체에 참여하기도 하고 대표를 맡기도 하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설립될 때 저도 힘을 좀 보태고, 지도위원 등도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사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
80년대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노동변호사 활동은 그의 저서 ‘운명’에도 잘 소개돼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6월항쟁 이후 노동운동의 대분출기를 겪으면서 여기저기서 노동조합 설립이 모색됐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설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노조가 설립되면 단체협약을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체결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상담하고 지원받을 곳이 별로 없었다”며 “노조설립에 필요한 서류까지 모두 만들어주며 설립을 도운 노동조합이 200여개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과 본인의 임기중에는 노동계에 아쉬움을 표하는 발언들이 훨씬 많이 등장하는데요.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시절 민주노총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
저서를 통해 참여정부 당시를 회상하며 “노동계의 조급함이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입지를 약화시킨 게 사실이다. 그리고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가 오히려 개혁을 가로막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참여정부의 노동분야 개혁은 ‘노사정위원회’가 논의의 산실이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노사정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에도 비슷한 발언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2020년 7월 국무회의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마주 앉은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잠정 합의에 이르고도 마지막 순간에 민주노총의 협약식 불참으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대단히 아쉽습니다”라며 “민주노총도 협력의 끈을 놓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결국 7월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정 협약식’에서는 “민주노총이 막판에 불참하여 아쉽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제도적 틀 속에서 이루어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