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강세의 배경 ‘기업 주주환원 열풍’…한국 현주소는 [머니인사이트]

2023. 7. 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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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인사이트]


최근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기업들의 주주 환원 열풍이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건이 346건으로 작년 605건의 절반 이상에 도달했다. 도쿄증권거래소(TSE)의 자본 시장 개선안 발표 덕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올해 1월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 미만 기업들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성장 전략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렇듯 지배 구조 개선은 정책이 우선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1982년 세이프 하버 룰(Safe Harbor Rule), 2002년 사베인스 옥슬리 법(Sarbanes-Oxley Act) 제정 이후 기업들의 주주 환원 확대 추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반기는 한국의 배당·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제도 개선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배당은 금융위원회가 이미 상반기에 배당 절차 개선을 권고한 바 있지만 분기 배당 기업들은 당장의 절차 개선이 어려웠다. 자본시장법상 분기 배당 관련 이사회 결의일을 3월, 6월, 9월 말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조정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이 하반기에 이뤄질 예정이다.

배당 기준일이 배당액 산정 이전에 결정됐던 것은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본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지적되던 문제였다. 6월 8일 발간된 MSCI의 글로벌 시장 접근성 평가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자본 시장 접근성의 정량적 평가는 작년과 동일하게 유지됐는데 MSCI는 점수를 유지하면서도 배당 제도 개선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재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반기도 정책의 발 빠른 움직임이 기대되는 이유다.

자사주 매입의 가이드라인도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는 유통 중이 아닌 주식으로 배당과 의결권이 없어 기업들이 시장에 유통 중인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면 주주 가치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직접적인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이를 경영권 방어 시 제삼자 배정하거나 싼값에 처분하는 등 자사주 사용처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자사주와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편이다. 독일은 자기 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주식 평등의 원칙에 따를 것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자사주를 제삼자 배정한다면 신주의 제삼자 배정 관련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 일본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사주의 처분을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에 의하도록 하며(동법 199조) 영국도 자기 주식의 처분을 주주의 신주 인수권 대상이 되도록 규정하는 등 기업들의 자사주 활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자사주 처분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데 있다. 비례적 이익은 주주의 권리가 보유하는 주식 수에 비례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도 이렇게 자사주 보유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주주 비례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자사주 매입이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소각의 의무화일지, 공시 제도의 개선일지 자세한 사항은 정해진 바 없다. 자사주 보유 제한, 소각 의무화 등이 제안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려울 듯하다. 한국은 차등 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등 선진국에 존재하는 제도들이 없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불확실성의 해소다. 그것이 소각 의무일 필요는 없다. 다른 국가들과 같이 경영권 방어 제도와 함께 도입하거나 제삼자 배정에 따른 주주 가치 희석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제도 개선 등이면 불확실성이 축소와 함께 소각 의무화보다 기업들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물론 정책적인 부분이라 예단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하지만 하반기 배당 제도와 같이 불확실성의 감소와 자사주 부분에서도 예측 가능성의 확대가 기대된다.

지배 구조 이론에선 지금을 넷째 지배 구조 변화의 변곡점으로 본다. 주주 환원 제도 개선은 그의 일부이지만 이제 시작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배경도 맞닿아 있다. 과거 기업 지배 구조 변곡점에선 오일 쇼크, 정보기술(IT) 버블, 금융 위기와 같은 경제·구조적인 충격과 주요 투자자의 변화(1970년대 연기금, 1990년대 뮤추얼 펀드, 2010년대 패시브 펀드)가 선행됐다.

경제적 충격은 제도적인 변화를, 투자자의 변화는 주주 의견의 트렌드를 변화시킨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구조적 충격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전과 결부된 개인 투자자 의견 개진은 또 다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가늠케 하는 요소다.

한국의 지배 구조는 선진국에 비해 발전이 늦었지만 변화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본격적으로 지배 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커진 1994년부터 미국이 10~20년간 걸어오는 단계를 5년 단위로 끊어 왔다. 이제는 더 빨리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달리 정부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또 다른 주체인 기업들도 선제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내세워 주주 환원 및 지배 구조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의 둔화, 경기의 턴어라운드 기대, 신기술(AI 등)이 지금 증시의 모멘텀이 돼 주고 있지만 일본과 같이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도 증시의 모멘텀을 줄 만한 요소다. 이는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피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지배 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 기업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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