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도 낭패봤는데…고정금리 확대 두고 ‘딜레마’ 우려[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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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수년 전부터 가계부채 시장 개선을 위해 언급해오던 '고정금리 확대' 안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고정금리 확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확대 안을 예전부터 타진하려고 했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며 "막상 비중을 늘려놨는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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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당국이 수년 전부터 가계부채 시장 개선을 위해 언급해오던 ‘고정금리 확대’ 안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고정금리 확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적어도 내년 초부터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작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변동금리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 짙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0여년 전에도 정부의 유사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금리상한을 둔 ‘금리안전모기지론’ 등 고정금리 상품이 출시됐지만, 이후 금리가 내려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쳤던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고정금리 대출 확대가 오랜기간 금융당국의 ‘숙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의 관리 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면서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조치를 병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과도한 대출을 당겨받은 소상공인의 취약성을 우려해 고정금리 확대를 약속했던 것이다.
‘초저금리’가 유지됐던 코로나 당시에는 변동금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주담대 금리가 8%까지 치솟는 등 정점을 찍자 금융당국은 다시 고정금리 확대를 위한 구체적 안을 내놓았다.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차주들의 ‘곡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탓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은행·비은행·기타 등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순수고정·혼합형의 비중은 25.7%, 20.9%인 반면 변동형 금리 상품의 비중은 56%에 달한다. 특례보금대출 등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자체 취급분은 은행·비은행 모두 변동형이 가장 높았다.
금융위는 “금융권은 정책모기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자체 고정금리의 취급 유인은 낮아 판매·관리에 유리한 변동·혼합금리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계·소비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책적 딜레마’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다시 변동금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확대 안을 예전부터 타진하려고 했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며 “막상 비중을 늘려놨는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는 당장의 저금리를 찾는 경향이 있는 만큼, 선택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지금으로선 금리가 올가가기보단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십여년 전 금리 인상기 이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금리안전모기지론이 출시됐을 때에도 곧바로 금리가 내려가자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출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1년 당시 금융당국은 일시상환·거치식·변동금리 위주의 취약한 대출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은행에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하도록 했다. 이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최장 15년까지 고정금리 적용이 가능한 KB고정금리 모기지론, 금리안전모기지론 등을 출시했지만 해당 상품은 당국의 노력을 비웃듯 큰 인기를 끌지 못한 바 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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