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집중호우·태풍 강도 더 강해진다"

이재영 2023.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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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안 줄이면…연중 최다 일강수량 금세기말 36% 증가
중위도서 태풍 발생 늘어나고 우리나라 주변 지날 확률 높아져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인근에서 한 시민이 몸을 웅크리고 우산을 쓴 채 귀갓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집중호우 강도가 훨씬 강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에서 태풍이 늘어나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태풍의 강도도 강해질 것으로도 예상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및 감축 중장기 연구방향' 보고서에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강수량과 태풍 전망이 담겼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의 바탕이 된 5개 기후변화 시나리오 결과 평균을 분석해 작성됐다.

9일 보고서를 보면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점을 둬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도시 위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될 경우'(SSP5-8.5) 우리나라 연강수량은 근미래(2020~2049년)에 1천301.3㎜로 현재보다 1.1%, 중미래(2050~2079년)에 1천433.4㎜로 현재보다 11.4%, 먼미래(2080~2099년)에 1천544.2㎜로 현재보다 20.2% 증가하리라 예측됐다.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연강수량 변화 전망. [한국환경연구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및 감축 중장기 연구방향' 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를 최소한 사용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경우'(SSP1-2.6)에도 연강수량은 증가했다.

다만 이 경우 근미래, 중미래, 먼미래 연강수량 예상치가 1천323.7㎜, 1천402.5㎜, 1천318.3㎜로 중미래 때 현재보다 9.1% 늘어났다가 먼미래에 현재보다 2.5% 많은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탄소 저배출 시나리오를 달성하면 연강수량이 기후변화에 덜 영향받지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실패한 고배출 시나리오를 따르면 연강수량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많이 증가한다"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집중호우 때 강수량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1일 최다강수량 변화 전망. [한국환경연구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응 및 감축 중장기 연구방향' 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1년 중 가장 비가 많이 내린 날 강수량(1일 최다강수량)의 연평균은 SSP5-8.5를 적용했을 때 근미래에 146.2㎜(현재 대비 증가율 8.5%), 중미래에 165.9㎜(23.2%), 먼미래에 182.9㎜(36.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SSP1-2.6 적용 시 1일 최다강수량은 근미래 때 140.4㎜(4.1%)에서 중미래 때 150.6㎜(13.3%)로 늘었다가 먼미래에 145.4㎜(7.8%)로 감소해 연강수량과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강수량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연중 5일 연속으로 비가 내렸을 때 강수량 최고치'(5일 최다강수량)는 SSP5-8.5를 적용하면 '45.5㎜(현재 대비 증가율 6.5%)→49.9㎜(16.7%)→54.4㎜(27.9%), SSP1-2.6 적용 시 '44.0㎜(3.0%)→47.2㎜(10.3%)→44.8㎜(4.7%)'로 변화가 예상됐다.

집중호우 때 강수량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은 모든 탄소배출 시나리오에서 동아시아 몬순 때문에 대기 하층에서 부는 남서풍이 강해지고 이에 아열대에서 우리나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더 많이 유입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질 전망인 점도 집중호우 때 강수량 증가를 예상하게 하는 요인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 하층 기온도 높아지고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난다.

태풍은 SSP1-2.6을 적용하든 SSP5-8.5를 적용하든 북위 20도 이하 저위도 아열대에서는 덜 발생하고 북위 20도 이상 중위도에서는 발생이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유는 '북위 20도 이하에서 상대와도(회전하는 지구에 대한 유체의 상대적 회전) 감소, 북위 20~30도에서 증가', '저위도보다 중위도에서 더 두드러지는 해수면 온도 상승', '저위도보다 중위도에서 기온이 더 오르면서 중위도 대기 상층 제트기류 약화와 이에 따른 대기 상하층 풍속·풍향 차 감소' 등이 꼽혔다.

상대와도 값이 클수록 태풍이 발생하기에 좋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태풍이 북상하며 세력을 유지하거나 키울 수 있다. 대기 상하층 풍속·풍향 차가 작으면 태풍의 원통형 구조가 깨지지 않고 유지된다.

기후변화로 태풍이 우리나라 주변으로 지나갈 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지역이 태풍의 경로에 포함될 확률 격인 '태풍 진로밀도'를 우리나라와 그 주변을 5개 지역으로 나눠 살펴보면 모두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1979~2014년)와 21세기(2015~2100년) 태풍 진로밀도를 비교하면 SSP5-8.5 적용 시 서해에서 85%, 내륙에서 78%, 남서해에서 30%, 동해에서 25%, 남해에서 1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태풍 진로밀도는 SSP1-2.6 적용 시엔 서해에서 65%, 내륙에서 57%, 동해에서 29%, 남서해에서 27%, 남해에서 9% 증가가 전망됐다.

우리나라 주변에서 태풍 중심기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강한 태풍이다.

서해의 경우 태풍 중심기압 평균이 현재 989.48hPa(헥토파스칼)에서 SSP1-2.6 적용 시 988.54hPa, SSP5-8.5 적용 시 986.57hPa로 낮아질 전망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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