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 또 도마 위…"폐지해야" vs "수사에 필요"

김남희 기자 2023.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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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검찰총장 쌈짓돈처럼 사용"
여야, 공수 교대하며 '특활비 때리기'
"특활비 필요 없다" vs "수사에 필요"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검찰 특수활동비가 구체적 증빙자료 없이 사용되거나 고위직 인사들에게 월급처럼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박중석 뉴스타파 팀장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열린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분석결과 발표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3.07.06.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가 구체적 증빙자료 없이 사용되거나 고위직 인사들에게 월급처럼 지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기적으로 불거지는 특활비 논란에 '눈 먼 돈'을 만드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활비 월급처럼 지급…무단 폐기 의혹도"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5월~2019년 9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한 특활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수남·문무일·윤석열 검찰총장이 재직했던 29개월 동안 특활비 292억원 중 156억원은 각급 검찰청 등에 정기 지급됐지만, 136억원은 총장이 수시로 사용할 수 있는 '쌈짓돈'이었다는 게 이들 단체의 분석이다.

법무부·검찰 고위직으로 추정되는 인사 15명이 매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현금을 월급처럼 받아가고, 명확한 사용처 없이 특정인에게 1억5000만원이 지급된 정황도 발표했다. 2017년 1∼4월 집행된 특활비 74억원 등은 자료 무단 폐기 의혹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검찰청은 "15명에게 지급된 돈은 개인이 아니라 부서에 지급한 것"이라며 "법원은 수사 등 기밀을 요하는 직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결정했고, 검찰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사당. 뉴시스DB.

정치권, 공수 교대하며 '특활비 때리기'

검찰 특활비 문제는 주기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은 전 정부나 여당, 혹은 권력 다툼에 특활비 문제를 꺼내왔다.

가장 논란이 된 건 '돈 봉투 만찬' 사건이다. 2017년 4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법무부 과장과 수사팀에게 70만~100만원의 격려금을 건넸는데, 감찰 결과 특활비가 사용된 것이 드러나 두 사람은 면직 처분을 받았다.

이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과 2심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위로·격려한 것이라 청탁금지법 적용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안 전 국장도 면직 취소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했다.

이러면서 당시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 일환으로 무리한 기소를 단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같은 해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검찰 특활비 상납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이 상급기관인 법무부에 특활비 일부를 관행적으로 상납해왔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는 법무부가 검찰행정 명목으로 예산을 받아 분배한다"고 반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법무부가 예산 편성권과 집행권을 갖고 있다. 특활비도 법무부가 검찰에 내려줬기 때문에 상납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2020년에는 법무부 장관이 먼저 특활비를 문제 삼았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만 특활비를 많이 배당한다며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당도 "검찰총장이 쌈짓돈처럼 쓸 수 없도록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에 관여할 수 있다"며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섰다. 3년 전과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여당은 대검, 야당은 법무부 특활비에 대해 현장검증까지 진행했지만 명확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21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이 일선 지검에 배분하던 특활비를 장관이 직접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검찰 안팎에서 수사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고, 결국 1년 뒤 다시 원래 방식으로 돌아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특활비 제도 없애야" vs "수사에 필요"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용처를 묻지 않는' 특활비의 특성 때문이다. 특활비는 포괄적 분류인 총액으로만 편성한 후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이에 국회의 감시에서도 자유롭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실은 지난 7일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지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법무부가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범죄정보 수집 등에 소요되는 경비라 구체적 집행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특활비 공개는 시민단체들이 3년5개월간의 행정소송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특활비 집행 일자·금액·장소는 공개하되 사용자·참석자·내용 등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판결을 받아내면서 가능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정원 같은 극소수 정보기관을 제외하면 특활비는 필요 없다. 수사하는 데 무슨 영수증 없는 돈이 필요하냐"며 "대통령이나 국회도 특활비라는 특권을 같이 누리고 있으니 못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사를 위해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검사 출신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직접 일선 지검에 특활비를 배분하면 수사 독립성을 침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 대검에서 배분해 왔던 것"이라며, "회식이나 격려금으로 쓰는 건 물론 문제지만 정보수집 활동으로 쓰라는 게 원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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