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부적정·예산낭비' 전남도 재난관리자원통합센터 도마 위

이창우 기자 2023.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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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서부에 치우쳐 재난발생시 전역에 신속한 물자공급 장애
용역비에 물자 반출 5회 비용 고정 포함…횟수 미달해도 지급
타 지자체 국비지원 중단 대비 센터 신축…전남은 고비용 임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장 대응 나선 방역당국 관계자들. 2020.12.08. wisdom21@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창우 기자 = 감염병과 풍수해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인명구조나 피해확산 방지에 필요한 자원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될 '전남도 재난관리자원 통합관리센터' 입지와 민간업체 계약·운영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난관리자원은 각종 재난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장비·자재·물자·시설'을 말한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병참 군수물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전남도는 센터에 의료방역, 긴급생활안전지원, 재난현장 환경정비, 구조장비, 복구지원 등에 쓰일 자원 34종·10만3000여개를 비축해놓고 있다.

9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재난·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통합관리센터 설치·운영 규정에 따라 목포시 대양산단에 2022년 하반기부터 '전남도 재난관리지원 통합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재해 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반출 물자를 비축·관리하는 일종의 물류창고다.

전남도가 입찰을 통해 전문 물류기업 C사와 위탁운영·관리 계약을 체결하고 각종 재난 예방자원을 연중 24시간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계약기간은 2022년 9월1일부터 2023년 8월31일까지 1년이다.

센터 운영에는 초기 시설투자비와 용역비(6억8200만원)·보험료·관리비 등을 포함해 총 9억926만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센터가 전남 최서부에 해당하는 목포 대양산단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긴급 재난 발생 시 촌각을 다투는 구호물자를 전남 북·동부지역까지 신속하게 공급하는데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네이버 길 찾기 앱을 통해 자동차 운행 소요 시각을 산출한 결과 목포 대양산단 센터에서 대형 산업단지가 밀집한 동부권 여수까지는 1시간 41분, 광양은 1시간 37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악지대가 많아 장마철 산사태 발생 위험도가 높은 구례까지는 1시간 49분, 곡성은 1시간 25분이 걸리는 것으로 산출됐다.

이 때문에 물자를 최단시간에 전남 전역으로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선 센터가 전남 중부권에 위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탁업체에만 이득이 가는 계약방식도 의문이다. 전남도가 C사에 지급하는 용역비 6억8200만원(국·도비 각 50% 비율)에는 재난 물자 반출을 위한 5회분 운송비와 상·하차비용이 고정비용으로 포함됐으며 5회 이상부턴 별도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파악됐다.

C사와 계약기간이 오는 8월말 만료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외부 물자 반출은 지난 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관련 물자 운송 1회가 전부였다.

반출이 실행되지 않은 4회 비용은 고스란히 C사의 수익이 된 셈이다. 한 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으로 물자 반출 횟수에 따라 매번 실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재난 물자를 비축해 둔 센터(창고) 건물과 부지는 모 법인 소유로 금융권 채권채무 근저당 설정액이 수억원에 달한다. 만일 채무 관계 악화로 금융기관이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 등에 나설 경우 물자 반출에 차질이 우려된다.

센터 구축 초기비용 중 C사에 지원한 사무실 집기구매(1000만원) 비용도 과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센터를 위탁·운영하는 C사 인력이 상주하며 사용하는 사무실 기본 집기류까지 혈세를 들여 사줘야 하느냐는 의견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센터 신축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을 기준으로 광역자치단체가 재난관리 통합관리센터를 신축할 경우 부지 구입비용을 제외한 건축비의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2023년부턴 건축비 50%·운영비 50%로 지원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 2027년이면 이마져도 지원이 끊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광주·전북·부산·인천·대전·세종·제주 등 7곳은 서둘러 센터 신축에 나서고 있으며 준공한 지역도 있다.

부산광역시는 지난해 말 20억원을 들여 센터를 준공했으며, 민간에 위탁하지 않고 CCTV 관제 방식으로 비축창고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민간업체 비용 지출은 상황 발생 시 물자 반출 횟수에 따라 실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는 센터가 영구 운영 시설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측면에서 따져볼 때 고비용 구조의 민간업체 위탁·임대 운영방식 보다는 센터를 신축하는 것이 예산 절감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남도는 오는 8월말 C사와 1년 계약이 만료되면 재공고를 통해 센터 운영에 필요한 임차계약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예상금액은 초기 투자비용을 제외한 6억6000여만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초 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한 민간업체 용역비로 지급한 9억여원에 임차계약 재추진에 투입될 6억6000여만원을 더하면 2년 간 15억6000여만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처럼 매년 고비용 임차 방식보다는 전남 중부권 등에 산재한 도유지에 건축비 국비 지원이 가능할 때 센터 신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행정안전부에서 재난관리자원통합센터 중요 물자 자원관리 설치 기준(가이드라인)을 마련키 위해 관련 용역을 추진 중으로 9월말 또는 10월초 완료 예정"이라며 "도는 행안부가 내년 1월께 설치 기준을 고시하면 이에 따라 센터를 신축할지 임차를 지속할 것인지 정책 방향을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c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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