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산모’…알고 보니 ‘아동 브로커’였다?
지난 3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다른 여성이 낳은 아기를 데려가려던 한 30대 여성 A 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힌, 이른바 '산모 바꿔치기' 사건 기억하십니까?
당시 A 씨는 미혼모인 친모가 낳은 아이를 "선의로 친자식처럼 본인이 직접 키우기로 한 것"일 뿐, 아동매매는 아니라며 강력하게 부인했었죠.
석 달 간의 수사 결과, A 씨는 '돈을 받고 아이를 매매해 온' 일종의 '아동 브로커'였던 걸로 드러났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A 씨가 대리모 역할을 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 온라인 통해 미혼모·미혼부에 접근…아동 4명 매매
대구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장일희)는 2020년부터 미혼모나 미혼부로부터 아동 4명을 매수하는 한편 직접 대리모로 아이를 출산한 뒤 돈을 받고 아이를 넘기기도 한 A 씨를 아동복지법위반(아동매매)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범행에 가담한 A 씨의 남편과 A 씨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아이를 넘긴 미혼모 2명, 아이를 넘겨받은 부부 2쌍 등 모두 7명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동안 A 씨는 온라인에서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미혼모와 미혼부·난임 부부들에게 접근해왔습니다.
"아기를 출산했는데 키울 형편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미혼모 등에게 "도움을 주겠다,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주고 여러 아이를 데려온 겁니다.
그리고는 임신 확인서 등을 위조해 난임 부부의 친자로 허위 출생 신고하는 수법으로 불법 입양시켰습니다.
지난 3월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꼬리를 잡힌 신생아 역시 온라인을 통해 친모에게 접근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병원에서 출산하게 한 뒤 병원비 등을 주고 데려오려다 신생아실 직원이 눈치채면서 미수에 그친 겁니다.
A 씨는 앞서 2021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또 다른 아동을 매수한 전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미혼모인데 아이를 키울 사람에게 보내고 싶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린 여성에게 먼저 연락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으로 병원에서 아동을 출산하게 한 뒤, 별도의 돈과 함께 병원비 등을 부담하고 아동을 넘겨받은 겁니다.
이 밖에도 A 씨는 2020년 11월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입양을 보내려 한다"는 글을 올린 미혼부에게도 접근해 아이를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 직접 대리모 출산에 유인까지
A 씨는 직접 아이를 출산해 돈을 받고 넘기는, 이른바 '대리모' 역할도 했습니다.
2021년 3월 온라인에 "불임부부인데, 도움을 달라"는 글을 올린 30대 후반 남성에게 접근해 대리모를 제안했습니다. A 씨는 직접 해당 남성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들 부부에게 아동을 넘겼고, 부부의 친자로 허위 출생 신고하게 한 겁니다.
그 대가로 A 씨는 5천5백만 원 가량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아동 매매 과정에서 만난 미혼모들에게 대리모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9월 돈을 주고 아이를 넘긴 한 미혼모에게 3개월 뒤 다시 접근했습니다. '정자를 주사기로 주입'하는 인공수정 방법으로 임신해서 아이를 낳아주면 천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한 겁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여성이 거절하며 미수에 그치게 됐습니다.
■ 아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우선 지난 3월 대학병원에서 A 씨가 데려가려다 미수에 그친 아동은, 현재 위탁가정에서 보호중입니다.
미혼모를 통해 데려온 아동 2명 중 1명은 국내에 있는 난임 부부에게, 또 다른 아동은 해외에 있는 부부에게 입양돼 현재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리모를 통해 출산한 아동 역시 친부 가정에서 양육 중입니다.
또, 힘든 상황 탓에 A 씨에게 돈을 받고 아이를 보내려 했던 미혼부는 며칠 만에 아이를 되찾아 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특이한 점은 또 있습니다. 홀로 아이 키우기 힘든 미혼모들이 A 씨에게 아이를 넘기는 과정에서 받은 돈의 액수입니다.
지난 3월 낳은 아이를 A 씨에게 넘기려다 미수에 그친 친모가 받은 돈은 출산에 쓴 병원비 외에 170만 원, 2020년 9월 아이를 넘긴 또 다른 엄마는 190만 원, 2021년 6월 아이를 건넨 친모는 150만 원을 받았습니다. 출산 후 몸을 추스르는 몇 개월 동안 쓸 생활비와 산후조리비용 정도의 액수였던 겁니다.
돈을 받고 아이를 넘긴 행위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지만, 궁지에 몰렸던 그들의 상황을 생각하면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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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현 기자 (shinjou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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