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등 일부 식품 값 내렸지만...소비자들 "체감 안 돼 반갑잖다"
# 수원특례시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직장인 이규명 씨(36)는 구매 목록이 적힌 메모지를 들고 카트에 물건을 담았다 빼길 반복했다. 라면 코너에서 5개입 한 묶음을 챙긴 그는 “같은 값으로 카트에 담을 수 있는 양이 전과 비교해 확실히 차이 난다. 달랑 라면 한 봉지 200원 내린 걸로 ‘물가 하락’ 체감은 안 된다”고 했다. 이 씨는 “통조림이나 일부 식품 값도 내렸다지만 막상 장 보며 와닿지 않는다”며 “코로나19 기간 연봉이 쭉 동결이었는데 식품 값 고작 몇 푼 내린다고 반가울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라면을 시작으로 일부 식품 값이 내렸지만 소비자 반응은 미지근하다.
수년째 임금 상승분보다 물가 인상폭이 컸던 만큼, 단기간·단발성 비용 인하가 크게 체감 되진 않는단 이유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농심,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일부 라면 업체는 정부 권고에 따라 라면 한 봉지 값을 평균 약 50~150원씩 내렸다. SPC도 빵 30종 값을 평균 100~200원(약 5%) 인하했다.
이를 기점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잡힐 수 있단 기대감도 나왔지만, 현장 반응은 냉소적이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폭등해버려서다.
통계청의 최근 3년간(2020~2022년) 6월 기준 경기지역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를 보면 해당 지수는 2020년 99.75에서 이듬해 102.7, 지난해 108.19로 꾸준히 뛰었다. 국내 전체 ‘라면’ 품목만 봐도 같은 기간 2020년 100에서 2021년 103.14로 오르더니 작년엔 113.25를 넘었다.
쉽게 말하면 최근 3년 사이 라면 값이 13%가량 비싸졌단 의미다. 대표적으로 같은 기간 농심 신라면 한 묶음은 2020년 3천380원에서 2021년 3천680원, 2022년 4천100원으로 약 20%가량 비싸졌다.
그렇다면 이 기간 ‘임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최저임금위원회의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 현황을 보면 지난 2020년 8천590원이던 최저임금은 2021년 8천720원, 2022년 9천160원으로 3년간 총 6.63%의 인상률을 보였다.
각 연도별 최저임금과 신라면 값을 반영했을 때, 2020년엔 1시간 일하면 2.5개의 라면을 살 수 있었지만 2023년엔 2.2개의 라면을 살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이 꾸준히 상승하긴 했지만 그 인상 폭 보다 라면 값이 더 크게 올랐다고 풀이된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번 식품 값 인하가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꼬집는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그간 음식 값은 빠르게 폭등한 반면 최저임금 상승 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며 “이번 (식품 값) 인하는 서민 가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저 ‘몇 푼 깎고 생색내기’에 불과한 수준에 그쳐 추가적인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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