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아동의 비극, 얼마나 더…2014년 이전 출생은 추적도 힘들어
2014년 이전은 임시신생아번호 관리 안돼…"위기아동 더 발굴해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고미혜 기자 =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2천여 명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비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영아 살해 사건이나 여전히 주민등록번호 없이 사는 아동들이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시신생아번호 관리 시스템이 정착된 2015년 이전 출생아에 대해서는 이번 전수조사와 같은 추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5∼2022년 태어났지만 출생신고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아동 2천123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전수조사 결과를 취합하는 대로 이르면 12일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천123명 가운데 몇 명이 안전하게 자라고 있음이 확인됐는지, 몇 명에 대해서 영아 살해나 유기,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이 발표된다.
경찰청은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 시·도청에 '출생 미신고 영아' 사건 867건이 접수돼 780건을 수사 중이라고 7일 밝힌 바 있다.
출생 미신고 영아 가운데 사망자는 27명으로 11명에 대해서는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중이다.
불과 열흘가량의 전수조사에서 이름 없이 사망한 영아들이 계속 확인된 것이다.
2014년 이전으로까지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유사한 사례가 계속 확인될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당초 감사원이 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2천 명 넘는 유령아동 존재를 확인하는 데엔 '임시신생아번호'가 활용됐는데, 관련 시스템이 완전히 구현된 것이 2015년부터이기 때문이다.
임시신생아번호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 출생신고 전 예방접종을 위해 부여하는 7자리 번호다. 일단 임시신생아번호로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됐다가 이후 출생신고가 되면 주민등록번호로 대체된다.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이 시범 도입된 2009년부터 임시신생아번호가 활용되긴 했지만, 임시신생아번호 관리 기능이 완비된 것은 2015년부터이기 때문에 이전 통계는 정확한 산출이 어렵다고 질병관리청은 밝혔다.
질병청은 '2009∼2014년 출생 미신고 아동 현황'을 요청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에도 "2014년 이전에는 임시신생아번호 미관리로 중복 등록 및 보호자 등록 오류로 산출 데이터 정보가 부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가 자체 시스템에 임시신생아번호로만 남아있는 2014년 이전 출생 아동의 현황을 발표했는데, 2009∼2014년 출생 미신고 아동이 3천454명으로, 2015년 이후 8년간의 624명보다 훨씬 많이 집계됐다. 경기도는 이를 두고 '이전엔 관리가 부실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2014년 이전에는 출생신고가 이뤄졌음에도 임시신생아번호가 남아있는 '허수'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과 같은 전수 추적조사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수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더 많은 미신고 아동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에 드러난 영아 유기 사건의 상당수가 미혼모에 의한 것이었는데,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등은 과거에 더 심했기 때문에 과거에 유기 등의 사례가 더 많았을 것"이라며 "그런 아이들을 발굴해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역사회에서부터 주변에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관심 갖고 찾아봐주면 좋겠다. 공공기관의 역할로만은 한계가 있으니 민관이 함께 협력·소통하면서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미혼모 등 위기 임신부 등이 숨지 않고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고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지난달 전수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조사 대상 확대 여부에 대해서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우선 조사를 하고 나서 여러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전수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을 찾기 위해 주민등록 사실조사 등을 활용하고, 법령 개정을 통해 상시적으로 임시신생아번호를 활용해 위기 아동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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