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하는 의사들] 류주석 알에스리햅 대표 “전기자극 치료로 노인 3명 중 1명 겪는 ‘삼킴장애’ 해결”

염현아 기자 2023. 7. 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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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주석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주도 설립한 알에스리햅
65세 이상 혀·저작근 등 근육 약화로 삼킴 장애 경험
턱·목 부위 4곳 전기 자극 주는 치료기기 개발
“근육 강화해 고령층의 음식 섭취 개선”
지난달 23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만난 류주석 알에스리햅 대표./염현아 기자

나이가 들면 몸의 근육이 전체적으로 줄어들면서 거동이 불편해진다. 혀를 비롯해 씹는 근육인 저작근, 목 안의 인두 근육 도 마찬가지다. 근육이 감소하면 음식을 입에 넣어 씹고 삼키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삼킴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환자 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2015년 1만544명에 그치던 환자 수는 지난 2020년 1만8000명을 훌쩍 넘었다. 입속 음식을 삼키는 동작인 ‘연하’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은 충분한 영양 섭취가 힘들어지면서 탈수에 따른 흡인성 폐렴, 패혈증 같은 합병증에 걸려 생명이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고령층 환자가 어려움 없이 식사하려면 반드시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입술을 열고 닫는 입술 강화운동이나 혀로 입에 넣은 도구를 밀어내는 설근 강화운동이 연하 근육을 강화하는 기본 치료법이다.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는 튜브로 음식물을 공급하거나 30분~1시간 동안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근육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환자의 기침 반사 능력을 키우는 약물을 처방해 흡입을 돕기도 하지만, 삼킴장애(연하장애)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은 아직 없다.

류주석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노인 삼킴장애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답답해 하다가 직접 치료기 개발에 나섰다. 2013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근본적인 치료하려면 관련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류 교수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기존 전기 자극 치료기보다 기능과 성능을 발전시킨 치료기기를 개발하기로 하고 2019년 7월 재활분야 의료기기 회사 알에스리햅을 설립했다.

지난 23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만난 류 교수는 “처음에는 창업할 계획이 없었지만 삼킴장애를 치료할 해결방법을 알아냈는데도 아무도 개발하지 않아서 직접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턱과 목 부위 4곳에 전기 자극을 가해 음식을 제대로 삼키도록 돕는 치료기기인 ‘이지스팀(EASY-STIM)’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치료기는 턱과 목 부위 2곳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인데 사람 몸의 근육 수축 패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근육을 수축하는 데 그쳤다. 이지스팀은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부터 삼키는 과정까지 순차적으로 자극해 치료를 한층 고도화했다. 환자는 전기 자극 패드를 착용하고 하루 1~2시간씩 치료하는 식으로 증상을 치료한다. 치료에 필요한 시간은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알에스리햅이 개발 중인 '이지스팀 1.0', '이지 디텍션', 전용 패드 모습./알에스리햅 제공

알에스리햅은 오는 8월 이지스팀의 첫 모델인 ‘이지스팀 1.0′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이지스팀 2.0′을 비롯해 더 고도화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환자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전기자극 치료 효과를 실시간 확인하는 ‘이지 디텍션(EASY-DETECTION)’을 개발하고 있다.

류 교수는 “이지스팀에 실제 환자의 음성 데이터를 넣어 환자의 목소리를 스크리닝하는 방식”이라며 “이지스팀이 실질적인 치료 영역을 담당하고, 이지 디텍션이 진단과 환자 관리를 맡은 치료 패키지를 구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수면무호흡증과 목·허리 디스크 등 다양한 적응증으로 연구를 확대해 의료기기와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류 교수와의 일문일답.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삼킴장애 치료 방식에 대해 늘 답답했는데, 처음부터 창업 생각은 없었다. 2013년에 한국연구재단 과제로 환자들의 근육 수축 패턴을 연구해봤더니, 어느 부분을 자극해야 수축 기능이 정상화하는지 알아냈다. 2017년도에 한 중소기업과 협업해 전기 자극 치료기를 개발했고, 계속해서 이 기업의 연구개발을 도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기업이 개발을 중단하면서 직접 창업을 하게 됐다.”

-현재 어떤 치료기를 만들고 있나.

“이지스팀은 환자가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부터 식도로 삼킬 때까지 근육이 수축하는 패턴에 따라 전기 자극을 주는 치료기다. 팔이나 다리처럼 음식을 삼키는 데 필요한 근육도 수축해서 움직인다. 근육이 약해진 노인은 근육 수축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는 거다. 이지스팀은 음식을 삼킬 때 근육이 수축하는 4곳을 계속 자극해서 강화시키는 방식이다. 전기 자극이 강하지 않아서 식사를 하기 전에 사용해도 되고, 착용한 상태로 식사를 해도 무방하다.”

-임상시험에서 어떤 효과를 확인했나.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동탄성심병원 등에서 502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2~3주 동안 이지스팀을 붙이고 있다가, 뗀 후에 삼킴 기능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는데, 환자들 모두 자가 섭취가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을 확인했다. 환자 입원 기간이 최대 2주여서 더 길게 진행하지는 못했다. 치료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착용 기간이 길수록 효과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지스팀'을 사용하기 전 연하장애 환자의 음식 섭취 모습./알에스리햅 제공
'이지스팀'을 사용한 연하장애 환자의 음식 섭취 모습./알에스리햅 제공

-이지스팀은 어떻게 고도화할 계획인가.

“다음달 출시하는 ‘이지스팀 1.0′은 우선 병원을 중심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향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도 시장을 넓혀 환자들이 집에서 편리하게 치료받게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치료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들의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때 내는 소리로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이지 디텍터’를 개발 중이다. 환자가 집에서 이지스팀을 사용하면서 물을 마실 때, 식사를 할 때 이지스팀과 연동된 이지 디텍터가 목소리의 변화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내년까지 개발을 완료해 ‘이지스팀 2.0′과 함께 출시하는 게 목표다.”

–연하장애 치료기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고령화는 한국의 진행 속도가 제일 빠르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35억달러(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5500만명, 유럽은 6600만명, 일본은 3700만명에 달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또 어떤 치료기를 개발 중인가.

“전기 자극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 꽤 많다. 연하장애 외에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기인 ‘이지슬립(EASY SLEEP)’을 개발 중이다. 전 세계 성인 7명 중 1명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심장과 폐에 계속 부담을 주고 심혈관계에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한다. 현재 양압기 치료가 대부분인데, 순응도가 70%에 불과하고, 장비 비용에 대한 부담도 크다. 이지스팀에 대한 임상도 현재 진행 중인데, 순응도가 99.9%에 달한다.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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