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도 무력화한다… 한국군 전차 지킬 ‘슈퍼 방패’ 정체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7.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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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무게와 외형을 과시하는 전차는 오랜 기간 현대전을 상징하는 무기로 인식됐다. 전차가 전장에 등장하면, 보병을 위축되거나 겁을 먹고 도망치곤 했다. 

하지만 대전차미사일과 로켓 등이 발전하면서 전차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장갑을 더욱 두껍게 하는 등 대응 방안이 제시됐지만, 무게 증가 등에 따른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장비가 능동파괴장치다. 전차로 날아오는 미사일 등을 포착·추적한 뒤 발사체를 쏴서 무력화하는 능동파괴장치는 전차를 지켜줄 ‘방패’로서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 여주 남한강 일대에서 지난 5월 24일 열린 육군 제11기동사단 도하훈련에서 K2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등 선진국서 적용 확대

보병이 사용하는 대전차미사일은 과거에는 관통력을 강화, 전차의 장갑을 뚫는 단순한 방식에 집중했다. 

이를 막기 위해 블록 형태의 장갑판 두 장 사이에 둔감형 화약을 넣어서 대전차미사일이 전차와 접촉하면 함께 터지는 폭발반응장갑(ERA), 화약 대신 고무 등을 삽입하는 반응장갑을 전차 외부에 붙이는 방식이 등장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대전차미사일은 이를 회피하기 위해 두꺼운 장갑을 갖춘 전차의 정면 대신 상대적으로 얇은 포탑 상부를 타격하는 방식을 쓴다. 반응장갑을 터뜨린 뒤 전차 장갑을 관통하는 텐덤형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있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포탑 내 승무원을 살상, 전차를 무력화할 수 있다. 

대전차무기의 성능과 운용방식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지상 공격과 방어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차가 위력을 발휘하는데 제약이 발생, ‘전차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능동파괴장치는 대전차미사일로부터 전차를 보호할 효과적인 방어체계로 평가된다. 전차와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미사일을 무력화, 조준경이나 주포 등에 대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미군 M1 전차가 트로피 능동파괴장치를 장착한 채 이동하고 있다. 라파엘 홈페이지 캡쳐
전차 외부에 장착하는 폭발반응장갑을 뚫기 위해 개발된 텐덤형 탄두 탑재 대전차미사일도 단번에 무력화한다. 

능동파괴장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1982년과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대전차미사일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이스라엘은 능동파괴장치 개발 및 운용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2011년 이후에는 전차 손실이 없었다.

이스라엘이 개발한 트로피(Trophy)·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파괴장치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장비다. 

트로피는 이스라엘군 메르카바 전차에 탑재되어 실전에서 헤즈볼라 등의 대전차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 미군도 M1A2 전차에 장착하고 있으며, 독일과 포르투갈도 레오파르트 2 전차에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언 피스트는 장갑차에 주로 쓰이는 능동파괴장치다. 미군은 M2 장갑차에서 운용시험을 실시했고, 네덜란드는 CV90 장갑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한국도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안한 수출용 장갑차인 레드백에 아이언 피스트를 채택했다.

러시아는 T-72 계열 전차에 아레나(ARENA) 시스템을 장착하며, T-14에도 관련 장치를 탑재한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전차 중 다수가 능동파괴장치를 운용하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메르카바 전차가 트로피 능동파괴장치를 탑재하고 이동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전차 보호 조치 필요성 높아

한국은 2200여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차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K2 전차에 적외선 유도교란장치가 탑재되어 있지만, 다른 전차는 이마저도 없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부대가 운용하는 전차 1500여대 가운데 K2 전차 200여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수단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군의 위협을 감안하면, 전차의 방호능력 문제는 우려할만한 사안이다.

북한군은 분대 단위로 RPG 로켓을 운용한다. 전차의 전면 장갑을 관통하기는 어렵지만, 후면이나 궤도를 공격해 전차가 움직일 수 없도록 타격을 입히는 것은 가능하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옛소련에서 들여온 파곳 대전차미사일을 북한이 역설계한 불새-2는 한국군 K계열 전차의 전면 장갑을 뚫기는 쉽지 않지만, 구형 M계열 전차나 장갑차는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국방전람회 ‘자위-2021’에서는 불새-5 대전차미사일이 새롭게 등장했다. 1994년부터 배치됐던 러시아산 코넷 대전차미사일과 유사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산 아이언 피스트 능동파괴장치를 채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벡 장갑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코넷은 관통력이 1000~1400㎜에 달할 정도로 위력이 뛰어나면서도 무게는 27㎏에 불과하다. 구조가 단순하고 신뢰성이 높으며, 조작도 쉽다.

북한이 코넷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확보했다면, 한국군 전차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던 한국군에서도 능동파괴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 적이 있다. 북한이 대전차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전차를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06~2011년 400여억원을 투입해 능동파괴장치를 개발한 바 있다. 

개발 초기에는 선진국과의 협력을 통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독일과 이스라엘은 과도한 수준의 비용을 요구했고, 미국은 기술이전을 거부했다. 

대안으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추진했다. 아레나 체계를 만든 러시아 KBM사 기술진이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해 ADD를 비롯해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기술토의를 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의 주도권 문제 등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독자 개발로 선회하게 됐다. 

개발 당시 군 안팎에선 “우리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냐”는 회의적 견해가 많았다. 능동파괴장치는 대전차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 및 추적해 3차원으로 교전 위치를 계산, 발사장치를 움직여서 대응탄을 발사해 미사일을 무력화한다. 이때 소요시간은 1초 이하다. 그만큼 기술적 난도가 높다.

대공미사일과 대전차미사일을 탑재한 북한군 전차가 행진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하지만 ADD는 회의적 시각을 극복하고 능동파괴장치를 만들었다. 이때 제작된 능동파괴장치는 3차원 탐지추적레이더와 열상탐지추적기, 통제컴퓨터, 발사장치, 파편형 대응탄으로 구성됐다. 시험평가를 통과했으나 비용과 적 탄두 파괴 시 파편 문제 등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전차들이 우크라이나군 대전차무기에 대거 파괴되면서 폴란드 수출용 K2PL 전차에도 능동파괴장치 탑재가 요구되는 등 현대전에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K2 전차 성능개량 등을 계기로 능동파괴장치 장착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방산수출과 북한군 위협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국내외에 잠재적 수요가 적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수출과 연계해 국내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폴란드에 납품할 K2PL 전차에는 선진국과의 기술협력을 토대로 능동파괴장치를 장착하고, 부품 국산화와 핵심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해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능동파괴장치를 개발해서 K2 전차 성능개량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2PL 생산량이 820대에 달하므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앞세우면 선진국에서 능동파괴장치를 도입해 폴란드에 납품하면, 관련 기술을 습득해서 국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요격 능력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하면, 우수한 성능을 지닌 한국형 능동파괴장치를 만들 수 있다. 

김종국·이희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국군 전차의 생존성 향상을 위한 능동파괴장치 획득전략’ 보고서에서 “능동파괴장치의 국내 개발을 위해 업체와 방위사업청은 이미 입증된 체계의 부품 국산화와 핵심기술 개발을 병행해 독자적인 설계·제작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K2 전차) 폴란드 수출과 중장기적으로 성능개량에 능동파괴장치를 적용하려면, 이들 사업 간 연계성을 파악하고 개발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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