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운드리 성공 열쇠는 디자인하우스… 삼성 생태계도 선순환 시작됐다”
TSMC 파트너로 15년… 2019년 이후 삼성전자 진영 합류
“지난해부터 굵직한 파운드리 수주건 직접 체결”
ARM과 강력한 파트너십 바탕으로 경쟁 우위
“삼성과 3D 패키징 기술 공동 개발, 선단 공정도 확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는 조력자를 넘어 성공의 열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넘어야할 거대한 산이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인 대만 TSMC가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는 가장 큰 동력으로 꼽히는 것도 대만 내에 형성돼 있는 강력한 디자인하우스 생태계다.
대만반도체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대만 현지에만 총 235개의 디자인하우스가 포진하고 있다. 이 중 세계 1위 디자인하우스로 꼽히는 글로벌유니언칩(GUC)은 TSMC 최대 협력사이기도 하다. GUC는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기업)와 TSMC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최첨단 공정을 바탕으로 고객사를 유치하기도 하고, 주요 고객사들을 관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박준규 에이디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 6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는 디자인서비스파트너, 즉 디자인하우스는 고객들이 설계해온 것을 받아 파운드리로 넘기는 가교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훨씬 더 커졌다”며 “칩이 너무 커지고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하게 됐기 때문에 지금은 설계 과정부터 모든 프로세스를 같이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디자인하우스 중에서도 TSMC, 삼성전자 양쪽 진영을 모두 경험해본 드문 회사다. 회사 설립 이후 15년 동안은 TSMC의 파트너였고, 2019년 이후로는 삼성전자 최대 협력사 중 하나가 됐다. 박 대표는 “TSMC를 떠난 것은 회사의 향후 성장성을 모색하던 중 에이디테크놀로지와 삼성 파운드리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TSMC와의 경쟁을 위해 강력한 디자인하우스 생태계에 투자해왔고 지난해부터 결실을 하나씩 맺고 있다. TSMC의 협력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해 TSMC에 가져다주는 것처럼, 에이디테크놀로지 역시 지난해 말부터 오토모티브, 에지(Edge), 고성능컴퓨팅(HPC)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수주건을 따내기 시작했다. 삼성 파운드리가 목표로 해온 선순환 구조에 돌입했다는 신호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여타 디자인하우스와 달리 직접 최선단 공정 설계를 비롯해 3D 패키징과 같은 차세대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연구소에서는 제조쪽에 특화한 부서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5나노, 7나노 등 선단 공정을 직접 다룬다”며 “최근 반도체 업계 최대 화두인 3D 패키징의 경우 삼성 반도체와 직접 기술을 공동 개발해왔으며 그 분야에서는 가장 앞서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디자인하우스와 에이디테크놀로지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2002년에 회사를 설립했으니 이제 대학생 정도 됐다고 생각한다. 핵심 인력은 모두 삼성 반도체 출신이며 창업 후 15년 정도는 TSMC와 일을 했다. 이후 2019년에 삼성 파운드리의 디자인서비스파트너(DSP)로 일을 시작했다. 삼성 파운드리로 전환하면서 AI, 에지, 오토모티브 등을 주력 분야로 삼게 됐다.
디자인하우스의 고객은 통상 팹리스(반도체설계 전문 회사)나 시스템 반도체 회사, 혹은 자기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회사들이다. 칩이 커지고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제조 과정에 많은 엔지니어가 필요하게 됐다. 고객사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나 알고리즘을 모두 칩으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칩 사이즈가 너무 커지고, 다양해진 만큼 이제는 설계 과정부터 모든 것을 디자인하우스들이 함께 하게 됐다.”
-TSMC를 떠나 삼성 파운드리를 선택한 이유는.
“고민이 깊었다. 회사의 규모를 키워야하는데 TSMC 생태계에서는 현상 유지 혹은 작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큰 결정을 내렸다. 특히 그 시기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던 시기였다. 회사 창립 멤버들이 삼성 출신인 만큼 삼성을 잘 알고 있기도 했고, 삼성전자가 TSMC의 전략을 참고해 디자인하우스 파트너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었다. 에이디테크놀로지 역시 TSMC 파트너에 속한 경험이 있었다. 여러 조건들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디자인하우스로서 가지는 특장점은.
“우리의 경쟁력이면서 동시에 앞으로 지향해야 할 좌표는 더 강력한 에너지 효율성을 가진 칩을 만드는 것이다. 여타 디자인하우스들과 달리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경우 오토모티브, 에지, 슈퍼컴퓨팅 분야 고객사가 많다. 그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특성이 전성비다. 에이디테크놀로지도 창업하면서부터 그 부분을 노렸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가진 기술은, 특화된 파운데이션 라이브러리로 타사 대비 5%에서 10% 수준 전성비를 발휘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일한 개발 비용을 지불하고 똑같은 퍼포먼스를 내는데 더 높은 전력효율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ARM과의 협력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도 강점이다. ARM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플랫폼을 개발해서 고객이 쉽게 칩을 설계하도록 돕는다. 가령 특정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가 통상 300명이라면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경우 50명 미만으로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에이디테크놀로지와 ARM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디자인하우스 파트너다. 성과가 삼성 파운드리의 사업 성패와도 연결되는가.
“파운드리가 가진 기본 경쟁력에 부가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고객들을 위한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 TSMC의 경우 대부분의 고객을 TSMC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하우스가 관리한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파운드리 회사가 가진 역량에 플러스로 부가가치를 올려서 특성이 더 높은 반도체를 개발하는 역할을 디자인하우스가 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TSMC와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작년 말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직접 계약을 하고 엔지니어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디자인하우스를 통해 파운드리의 부가가치를 올렸다는 의미가 있다.”
-디자인하우스의 역랑이 파운드리 회사의 제품 생산 속도나 수율에도 영향을 미치나.
“에이디테크놀로지는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충실히 이해한 상태에서 제품을 같이 개발한다. 칩을 직접 생산하기 전까지 많은 변수들을 고려한다. 이 같은 엔지니어링이 선행되는 과정에서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고, 분명히 수율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칩을 개발하는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크다. 준비가 잘 돼 있는 분야의 칩은 그냥 가져다 써도 될 정도다. 고객사가 원하는 디자인을 필요에 따라 레고블록을 조립하듯이 제공할 수도 있다. 이렇게 칩을 개발하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
-삼성 진영에 합류한 이후 현재까지 성과는.
“TSMC 진영을 떠나 삼성전자에 합류한 이후 첫 2년 동안은 삼성전자의 공정을 이해하는데 주력했다. 이제 어느 정도 직접 계약을 따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따낸 계약이 지난해 유럽의 한 오토모티브 시스템온칩(SoC) 회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대용량 서버용 제품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해당 제품은 전성비와 퍼포먼스 모두를 잡아야 하는 제품이었다.
최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도 미국 고객사들과 개발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논의하거나 더 의미 있는 협력 논의가 오갔다. 3나노 기반의 HPC 수주건도 곧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3나노 계약을 따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으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칩이며 모든 엔지니어링 방법론이 투입되는 고난도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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