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위기 대응에 엑스포 유치까지…재계 총수들 여름 나기는
최태원, 엑스포 유치 전략 구상…정의선, 하반기 판매 전략 점검
구광모, 가족과 휴식 후 하반기 구상…신동빈, 경영전략회의 후 휴가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전성훈 임기창 기자 = 폭염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었지만, 재계 총수들은 대부분 별도의 휴가 없이 하반기 경영 구상을 가다듬으며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일부 총수들은 모처럼 가족과 함께 짧은 휴식을 취하며 머리를 식힌 뒤 향후 사업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도 이어간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도 작년처럼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작년에는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5박 6일간 단둘이 여름휴가를 보냈다.
이 회장은 작년 8월 말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하루는 '방콕'했고, 어머니의 추천으로 드라마 시청도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매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삼성증권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열정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가족, 지인들과 편안하게 쉬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법원 휴정 기간인 만큼 이 기간을 이용해 해외 사업장을 둘러보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은 예년에도 종종 명절과 휴가 기간에 해외 사업장을 방문해 왔다.
다만 오는 11∼14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 밸리에 열리는 글로벌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별도의 휴가 없이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에 동행한 이후 다시 유럽으로 향해 여러 국가를 돌며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하는 등 '목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조만간 귀국할 예정인 최 회장은 오는 12∼15일 예정된 대한상의 제주포럼 행사를 주관하며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 경영 해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제주포럼은 대한상의가 1974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경제계 최대 규모 하계포럼이다.
11월 말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가 치러지는 만큼 최 회장은 남은 기간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전략을 집중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매년 별도의 여름휴가 없이 통상 생산공장 휴가 시즌인 8월 초에 맞춰 자택에 머물면서 하반기 경영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 신차 출시 등 여러 현안과 관련한 전략 구상으로 시간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달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데 이어 베트남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등 바쁜 해외 일정을 소화해 왔다. 이달에도 신차 공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등 예정된 중요 일정을 검토하는 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현대차의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과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 기아의 중국 전략모델이자 세 번째 전용 전기차 EV5 등 주요 신차 출시가 예정된 터라 이들 차종 출시와 판매 전략 등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나 하반기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 등 대내외 리스크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엑스포 유치 지원활동 역시 정 회장이 염두에 두는 주요 현안 중 하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 여름휴가 기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하반기 사업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그동안 구성원에게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휴식을 가져야 미래를 위한 채움에 몰입할 수 있다"며 바쁘더라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해 왔다.
올해도 폴란드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뒤 '솔선수범'해 별도의 휴가 기간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총수들도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직 올해 휴가 계획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에서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마무리한 뒤 구체적인 휴가 일정을 짤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통상 하반기 경영 상황을 전망하고 위기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회의인 7월 VCM을 마무리한 뒤 휴가를 갔다. 작년에도 7월 VCM 후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아직 별도의 휴가 계획을 잡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번 주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동행한 이후 한화오션 정상화 방안 등 하반기 사업 전략을 점검할 전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별도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 틈틈이 휴식을 취하면서 기업결합 진행 상황을 챙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결합 신고 대상국 중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최근 승인 여부 결정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고, 미국 법무부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고자 소송 제기를 검토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등 합병 절차가 애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져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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