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종수 회계학회장 “재무제표에 직접 영향 주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업은 준비 서둘러야”
“지속가능성 공시 준비 안한 기업, 존폐 위기”
“가상자산·AI 빅데이터 접목 등 회계 환경 격변 시기”
“신외감법 도입, 회계 투명성 제고에 효과 있어”
“지속가능성 의무 공시 도입이 코 앞에 다가왔는데, 기업이 이를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당장 기업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학회는 기업이 하루빨리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만난 한종수 신임 한국회계학회장(경영학부 교수)은 주요 회계 현안에 대한 학회의 역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한 학회장은 이달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1년간 회계학회를 이끈다.
한 학회장은 국내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분야 연구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권위자다. 지난 2015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S Interpretations Committee·IFRS IC) 위원에 선임됐고, 한차례 연임을 거쳐 2021년까지 활동하며 국제회계기준의 재·개정 작업에 임했다. IFRS IC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약 130여개 국가에서 사용하는 국제회계기준을 해석하고 지침을 제정하는 위원회로 각국에서 선임된 14명의 위원과 1명의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한 학회장은 지난 2021년에는 국내·외 회계 발전과 투명성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한국회계학회는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2023년 현재 학회에서 활동하는 유효회원은 1700여명에 달한다. 한국회계학의 발전과 회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회계 투명성을 한 층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학회장은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가상자산의 등장,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활용 등 회계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회계학회를 이끌게 됐다”면서 “어느 한 편에 서지 않고, 정부와 회계업계, 기업에 여러 현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장 중요한 회계 현안은 무엇일까.
“최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속가능성 공시의 첫 번째 기준서를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투자자에게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하는 활동들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회계에서는 앞으로 지불해야 하는 전력구매 비용, 탄소배출권 거래 비용 등 이른바 ‘녹색 비용’을 현재 시점의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또 지속가능성에 맞지 않는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면 이를 ‘손상’으로 인식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기업의 재무비율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과 관련해 학회는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현실화로 수년 내 존폐 위기에 설 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ISSB는 이를 2024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라고 했다. 2023회계연도 사업보고서부터 지속가능성 공시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기업 부담을 고려해 2025년부터 기업이 자율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도입을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학회는 기업에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기준에 따른 공시 작성 방법, 재무 요소 반영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 2018년 도입된 신외감법으로 회계 투명성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주기적 지정 감사제와 높아진 감사 비용에 따른 기업의 부담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외감법 시행이 회계 투명성과 회계 품질을 높이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했을 뿐 아니라, 감사 계약 연장 여부 때문에 감사인이 업무 수행에 제약받는 일도 줄었다. 하지만 비용이 늘었다는 기업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감사비용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인력 채용, 외부 컨설팅 비용 등이 추가로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이에 학회는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이 얼마만큼의 추가 비용을 지출하는지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비용과 회계투명성 사이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주기적 지정감사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있는 것도 알지만, 아직은 이 제도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 올해 학회가 50주년을 맞았다. 회계학의 발전을 위해 올해 새로 계획한 활동이 있다면.
“회계 실무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IT)기술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회계와 접목한 IT 지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다소 대응이 늦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고려해 올해 학회에서는 해외 전문가와 국내 실무자, 연구자들을 섭외해 회계학과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IT 교육 강의를 할 계획이다. 또 관련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세미나를 열고 해외의 다양한 연구 방법론도 전달할 예정이다. 최근 가상자산의 회계기준 제정을 위한 장기 연구에도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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