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닮은 아파트랬는데'…입주해 보니 '하자투성이'

최서윤 기자 김도엽 기자 이장호 기자 2023. 7.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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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vs. 조합' 두 동강 난 단지…일반분양자들 "사기분양"
일반분양세대 일부 집 침수…젖은 자재·곰팡이 "덮기만 급급" 토로
지난 6월 28일 준공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신축아파트 내 침수 피해 가구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 사실과 원인, 조치 중 어떤 것도 시공사로부터 선제적이고 명확한 설명은 들은 바 없다는 게 피해 가구의 설명이다. 2023. 7. 5/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김도엽 이장호 기자 = 서울 노원구에서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가 하자 피해, 단지 분리에 따른 사기 분양 호소로 잡음을 겪고 있다.

시공사는 하자 문제의 경우 최대한 빨리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단지 분리는 인허가와 관련된 문제라 시행사인 조합과의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 측은 취재엔 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준공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신축아파트 내 침수 피해 가구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 사실과 원인, 조치 중 어떤 것도 시공사로부터 선제적이고 명확한 설명은 들은 바 없다는 게 피해 가구의 설명이다. 2023. 7. 5/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보일러 틀어 곰팡이 말리지 말고 완전한 새집 달라"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월 28일 준공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입주를 시작한 해당 단지 입주예정자협의회에는 누수·곰팡이 등 하자 사례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지금까지 접수 사례는 10건에 근접하지만, 원인 관련 명확한 설명을 들은 집은 없다.

피해 주민 A씨는 취재진에 "5월 사전점검 때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고 시공사로부터 별다른 얘기도 들은 게 없는데 와보니 바닥재와 벽지가 다 뜯겨 있다"며 "침수됐던 게 분명한데, (시공사가) 고지도 없이 몰래 처리하려다 들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취재진이 찾은 A씨의 집 벽엔 마감 시기가 다름을 증명하듯 서로 다른 색의 석고보드와 벽지가 엉성하게 붙어 있었다. 파헤쳐진 바닥재 사이로 손을 넣어 만져보니 여전히 안쪽이 축축했다.

A씨는 지난 5일에서야 현장소장과 공사팀장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시공사 측은 "급수배관 쪽에 문제가 생겨 2개동 다수 세대가 물에 잠겼다"는 설명을 전해왔다.

A씨는 "이런 상황도 먼저 알려줬다면 신뢰가 갔을 건데 몰래 조치하다 들켜 설명을 요구하니까 뒤늦게 나선 것"이라며 "조치 상황도 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임시방편으로 만지고 안쪽 석고보드나 팬트리, 싱크장 등 축축하게 젖고 곰팡이 핀 목재를 그대로 말리고 있어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 28일 준공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신축아파트 내 침수 피해 가구가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 가구의 요청으로 벽지와 석고보드를 뜯자 곰팡이가 가득했다고 한다. 2023. 7. 5/뉴스1(독자 제공) ⓒ News1

B씨는 입주 준비를 위해 집을 찾았다가 아들 방과 딸 방에 잔뜩 피어있는 곰팡이를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이미 눈으로 곰팡이를 잔뜩 본 이상 그대로 입주할 수는 없었다.

B씨는 "시공사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하자 상태를 일단 그대로 보존하고 피해 보상 요구를 준비하겠다는 B씨 측 요청에도 불구, 사전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와 보일러를 켜고 습기와 곰팡이를 말리려 했다는 것이다.

'12층에 손상이 가 차례로 물이 새 일부 층에 피해가 갔다'는 시공사 측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B씨는 "물이 흐르다가 어느 층은 건너뛰고 흐르냐"며 "문제가 있는 집이 많은데 눈에 보이는 곳만 조치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와 B씨 등 피해 가구가 원하는 건 전면 재시공이다. 피해 흔적과 시공사 설명을 종합할 때 새집이 준공승인 직전 발목 높이까지 물에 한 번 잠긴 만큼 어느 자재 하나 멀쩡할 리 없다는 불안감에서다.

B씨는 "우리는 완전한 새 집을 원했다"며 "지금 미봉책으로 조치하고 살다가 하자 나오면 고쳐주겠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 집이 물에 한번 젖었으면 한 달 정도는 충분히 말리고 자재를 전부 교체해야 맞는 건데 (시공사는) 그렇게는 안 된다고만 하니 너무나 화가 난다"고 했다. A씨도 전면 재시공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입주일에 맞춰 기존 집 계약 만료나 인테리어 계약, 가구 예약 등을 해뒀는데 날짜가 밀려서다. 이런 사정에 C씨처럼 어쩔 수 없이 입주해 버린 집도 있다.

C씨는 "처음엔 어느 인부가 공사비 갈등으로 집마다 물을 틀어놓고 가서 침수됐다고 하더니, 이후엔 보일러실에 문제가 생겨 물이 샜다는데 명확한 해명은 없다"면서 "이번 누수로 인한 하자나 곰팡이가 추가로 발견되면 조치해 준다고는 했는데 믿음이 가진 않는다"고 했다.

지난 6월 28일 준공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신축아파트가 '사기 분양' 논란에 휘말렸다. 10개동 대단지로 소개했는데, 실제론 도로를 사이에 두고 4개동과 6개동으로 분리됐다는 것이다. 2023. 7. 5/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단지 돌연 두 동강…임대·조합원 세대 완전 분리"

단지는 상계6구역을 재개발해 10개동 총 1163가구로 조성됐다. 조합원 세대가 244가구, 일반분양 721가구, 공공임대 198가구다. 분양 공고가 2020년 7월 게시됐고 평(3.3㎡)당 분양가는 1886만원이었다.

입주예정자협의회 측에 따르면 문제는 개별 가구 누수 하자에서 그치지 않는다. 분양 당시는 물론 지난달 28일 준공허가와 사용승인을 받을 때만 해도 하나의 단지였는데, 돌연 별개의 단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입예협 운영진은 "처음엔 '1·2블록'으로 지칭했는데 갑자기 '1·2단지'로 언급하고 관리사무소와 입대의도 따로 두고 사실상 단지가 분리됐다"면서 "101~104동이 있는 1블록에 임대세대가 모여있고 105~110동 2블록엔 조합원세대가 모여있는 데다, 커뮤니티 시설도 다 따로 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중간에 한번 수분양자들에게 커뮤니티 시설을 따로 두는 내용의 설계변경동의서를 받았는데 단지를 나누려는 큰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시공사가 마음대로 분리했을 수는 없고 조합장은 알았을 건데 조합은 입예협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28일 준공승인을 받고 이튿날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신축아파트가 '사기 분양' 논란에 휘말렸다. 10개동 대단지로 소개했는데, 실제론 도로를 사이에 두고 4개동과 6개동으로 분리됐다는 것이다. 2023. 7. 5/뉴스1(독자 제공) ⓒ News1

단지가 분리되면서 임대세대가 대거 포함된 1블록엔 여러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게 입예협 측 설명이다. 현재 조성중인 1블록 상가에는 가게와 가게, 화장실을 이어줄 복도가 없다. 단지를 분리해 관리하면 이 같은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입예협은 보고 있다.

지난 7일 단지 내에서 인허가 주체인 노원구청과 사업시행사인 조합, 시공사, 일반분양자들로 구성된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단지 분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주택법상 '폭 20m 이상인 일반도로'나 '폭 8m 이상인 도시계획예정도로'로 분리된 토지는 각각 별개의 주택단지로 본다. 상계6구역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하나의 구역으로 재개발됐지만, 주택법을 적용하면 단지 분리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동주택관리법상 단지별 입주자 3분의 2가 동의하면 두 단지를 통합관리할 길이 열린다. 즉, 법률상으로 두 단지는 개별관리와 통합관리가 모두 가능한 상황이다.

공은 조합으로 돌아가지만, 상계6구역재개발조합장은 "단지는 통합관리보다 개별관리가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주택법을 적용해 단지를 분리 운영하려면, 그간 각종 인허가 및 일반분양절차에서 별개 단지라는 사실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점이 문제의 소지로 남는다. 임대세대를 지금처럼 1블록에 몰아넣을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단지로 봤기 때문이고, 분리단지였다면 임대세대도 양쪽에 분할해야 했기 때문이다.

입예협 대표는 "우리는 단지 통합관리를 원한다"며 "조합 편의만 다 봐주고 일반입주자가 들어오니 주택법을 근거로 단지를 분할하겠다는 건 '사기분양'이고, 통합관리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공사는 <뉴스1>에 일부 세대 하자 관련해선 "빠르게 조치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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