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뛰어드는 지주사들…"신성장 동력 확보"

김종성 2023. 7.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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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효성·LX 등 대기업 지주사 속속 CVC 신규 설립…AI·자율주행·2차전지 등 유망산업 투자
"외부자금 조달 40% 제한 룰 등 규제 완화해야" 목소리도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기업 지주사들이 속속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일반지주회사가 제한적으로 직접적인 벤처캐피탈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으로, 기업들이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사의 CVC 투자에 대해 적용하는 규제를 더욱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GS그룹의 벤처 네트워킹행사인 '제1회 GS데이'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GS그룹]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X그룹의 지주사 LX홀딩스는 자본금 120억원을 출자해 CVC 'LX벤처스'를 설립했다.

LX벤처스는 LX홀딩스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로, 미래 유망 산업군에 있는 우수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초기 투자는 LX그룹의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제조·물류 자동화, 친환경 소재, 반도체 기술·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헬스케어, 미래 식량자원투자 분야 등 신규 영역에 대한 투자 확대도 검토할 방침이다.

LX벤처스는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이 이뤄지는대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첫 펀드는 LX그룹 주요 계열사가 출자해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21년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부터 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가능해지자 GS, 효성 그룹을 비롯한 국내 지주사들의 CVC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제도가 도입된 이후 1년여 만에 총 12개 사의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8개 사는 기존에 운영하던 CVC가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된 것이 아니라, 신규로 설립·등록됐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회사의 경우, 포스코홀딩스(포스코기술투자), GS(GS벤처스), CJ(CJ인베스트먼트), 효성(효성벤처스), 동원산업(동원기술투자), 세아홀딩스(세아기술투자), 에코프로(에코프로파트너스) 등이다.

지주회사 소속 CVC의 지난해 신규투자 규모는 2천118억원으로, 130개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CVC 설립을 통해 벤처기업·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것은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CVC의 신규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업력 7년 이하의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가 신규투자의 73.8%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모험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AI,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22.4%)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자율주행·전기차 등 전기·기계·장비(11.8%), 2차전지·신소재 등 화학·소재(11.2%)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아직 설립 초기인 만큼, 향후 이들의 벤처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지주회사 CVC 규제를 보다 완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조성하는 펀드에 외부자금 비중을 40%로 제한하는 등 비지주회사 그룹의 CVC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외에도 CVC 펀드가 해외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율도 펀드 조성액의 최대 20%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허용하되, 경제력 집중, 사익편취 우려 등의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벤처투자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규제에 따른 투자 제한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지주회사 소속 CVC가 외부 투자자와 50대 50 지분으로 출자해 펀드를 조성하고, 공동운영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외부자금 출자가 40%까지만 허용되는 규제로 투자가 무산되기도 했다.

해외투자도 지주사의 CVC 투자는 모기업 차원에서 장기적, 전략적 투자 측면이 강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시스템 안에서는 총자산의 20%까지 범위 내에서만 해외투자가 허용돼 다양한 투자안 검토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 방식과 펀드 조성상 특별한 규제가 없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해 다양한 방식의 펀드 조성이 가능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CVC의 설립과 운영에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을 반감시킬 수 있다"며 "CVC 관련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촉진함으로써 기업의 신성장동력 확보와 대기업-벤처기업 간 상생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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