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여름 분양’ 왜?... 하반기 청약 시장 ‘훈풍’ 예상
‘건축비 상승’ 염두에 둔 실수요자들 몰릴 듯
지방도 입지·호재 확실하면 경쟁률↑
주춤했던 분양시장이 ‘비수기’로 통하는 7월 들어 오히려 활기를 띄고 있다. 원자잿값 인상, 고금리 기조에 미분양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올 초부터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던 사업장들이 더 이상 일정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분양 물량을 대거 풀고 있는 것이다.
9일 조선비즈가 부동산R114에 의뢰한 결과, 이달(7월) 서울 분양물량은 총 5641가구(임대 포함)다. 지난 6월 분양 물량(1136가구)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오는 8월에는 4718가구가 분양할 예정이다.
7·8월은 업계에서 비수기로 통한다. 무더위에 휴가철이 겹치면서 실수요자들이 청약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 따라서 건설사들도 분양을 피한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좀 다르다. 서울 7·8월 물량을 합하면 1만359가구인데, 이는 연간 분양 물량(1만5113가구)의 68.5%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서울에서 올해 분양했거나 연내로 분양할 아파트 10가구 중 약 7가구가 이번 여름에 분양한다는 뜻이다.
수도권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7·8월 분양물량은 2만4931가구다. 올 한해 분양물량(4만6315가구)의 53.8%에 해당된다. 지방 7·8월 분양물량은 2만6768가구로, 역시 올 한해 지방 분양물량(3만2318가구)의 82.8%에 해당된다.
이례적인 ‘여름 분양’은 사실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4월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서서히 회복됐고 가격도 반등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그동안 미뤄둔 물량들이 늦어도 7월에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상반기 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원가가 오르니 ‘무서워서’ 분양을 못 했다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상승하고 가격이 오르면서 이 때마저 놓치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또 추석이 9월 말이라는 점에서 명절 전에 계약을 마치고 싶은 사업장들은 적어도 7월 달에는 분양 일정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준표 포애드원 본부장은 “그동안 타이밍을 보던 현장들이 이제 분양에 나선다고 보면 된다”면서 “단지별로 다르겠지만 대부분 분양 시장이 회복됐다는 판단하에 나서는 것이고, 일부는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선 곳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분양 시장도 상반기 보다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하반기 서울 분양시장은 ‘강북 재개발’과 ‘강남 재건축’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건축 물량 대부분이 강남3구에 분포하고 있어서다. 강남 재건축의 경우 분양가가 강북 재개발 물량보다 높기 때문에 자금사정에 따라 강남 또는 비강남 물량으로 선택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비용면에서 ‘건축비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지금이라도 청약에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신규 분양가가 계속 오른다는 가정하에 노리고 있는 단지가 설사 주변 시세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그 이후에 분양하는 단지가 더 비쌀 것이라고 보는 실수요자가 많다는 뜻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건축비 상승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를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지금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하는 셈”이라고 했다.
일례로 조만간 분양하는 ‘광명 아이파크’는 분양가가 전용 84㎡에 12억원으로 책정됐는데 청약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큰 타격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금 비싸더라도 멀리 내다보면 ‘손해는 안 볼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 중에서는 입지가 좋거나 호재가 확실한 곳도 청약통장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분양 예정 단지중 경남 김해시 신문동에서 분양하는 ‘더샵 신문그리니티’는 1146가구에 달한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분양 타이밍을 오랫동안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시가 아닌데다 가구 수가 많다는 점에서 흥행 요소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신규 택지지구’ 개발이라는 점에서 향후 2~3년 뒤를 내다보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청약 시장의 흐름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수도권은 잘 될 것이고 지방은 ‘양극화’할 것”이라며 “지방은 수도권과 디커플링되면서도 입지와 가격이 좋다면 청약통장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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