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27연패' 여자배구, 영광은 저물고 파리 올림픽은 아득하다[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7.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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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27연패'. 한때 한국 배구의 자랑이었던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의 현주소다.

'배구 여제'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패배가 익숙해진 대표팀은 반등의 실마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영광의 무대였던 올림픽도 출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후 1승28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연합뉴스

▶김연경 떠나고 '혹한의 세대교체기', 충격의 'VNL 전패'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자 배구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김연경의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이룬 4강 신화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이 축구에게,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이 야구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자배구에 국민 스포츠급 위상을 안겨줬다.

여자배구의 전성기는 그렇게 계속되는 듯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주축 선수들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세대교체기에 접어든 대표팀의 성적은 곧바로 곤두박질쳤다.

전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체제에서 전력분석코치였던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신임 감독은 2021년 10월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해 5~7월에 걸쳐 열린 2022 VNL에서 '예선 12경기 전패'라는 굴욕을 겪었다. 남녀 VNL 역사상 최초의 전패였으며, 이 기간 따낸 세트는 3개에 불과했다. 특히 도쿄 올림픽 최종 예선 결승전에서 이겼던 태국에 0-3 셧아웃 패배를 당한 것은 치욕이었다.

2022년 9~10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시작부터 4연패에 빠진 대표팀은 조별리그 마지막 크로아티아전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곤살레스 감독 부임 후 이어졌던 16연패를 끊고 첫 승을 따냈다. 세계랭킹도 26위 안쪽으로 유지해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 진출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귀중한 첫 승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큰 위기였다.

패배 후 아쉬워하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김연경 어드바이저(왼쪽). ⓒ연합뉴스

▶굴욕의 'VNL 27연패', 세계랭킹도 곤두박질

여자 배구대표팀은 지난해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2023 VNL을 준비했다. 지난 4월에는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한유미를 코치, '배구 여제' 김연경을 어드바이저로 선임하며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튀르키예 여자배구리그 소속인 바키브방크 코치를 겸하고 있던 곤살레스 감독은 VNL이 열리기 전인 5월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강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리그 연기로 입국이 늦어졌다. 결국 감독 없이 한유미 코치와 김연경 어드바이저가 훈련을 이끌었다.

준비부터 어긋난 대표팀의 2023 VNL에 꽃길은 없었다. 튀르키예에서 6월1일부터 열린 대회 1주차 튀르키예, 캐나다, 미국, 태국에 전부 0-3 셧아웃 패했다. 브라질에서 열린 대회 2주차에는 브라질과 일본에 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한 후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일하게 꺾었던 크로아티아에게 마저 0-3으로 완패했다. 이어진 독일전은 듀스 승부 끝에 처음으로 1세트를 따냈지만 결국 1-3으로 졌다.

대회 3주차가 펼쳐지는 장소는 대한민국 수원이었기에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첫 승을 거두고자 했다. 하지만 불가리아전 1-3 패, 도미니카공화국전 0-3 패, 중국전 1-3 패에 이어 지난 2일에는 전임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폴란드에 0-3 패배를 당하며 '2년 연속 VNL 12전 전패'라는 치욕을 안았다. VNL만 따지면 2021년 대회 막판 3연패를 포함해 '27연패'다.

한국 프로스포츠 종목별 최다 연패를 살펴보면 야구 삼미 슈퍼스타즈(1985)-한화 이글스(2020)의 18연패, 남자배구 KEPCO45(2008~2009)의 27연패, 남자농구 대구 동양(1998~1999)의 32연패 기록이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한국 인기 프로스포츠들의 역대 최다 연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참혹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23 VNL을 마친 곤살레스호의 통산 성적은 1승28패.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쓴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2021년 12월 14위였던 한국의 세계랭킹은 2023년 7월 현재 35위다. 약 1년6개월 만에 21계단이나 추락한 것. 아시아에서는 중국(6위), 일본(8위), 태국(15위)에 이은 4위지만 3위 태국과의 차이가 무려 20계단이다.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후 1승28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연합뉴스

▶2년 전 '세계 4위'...기적 없인 파리 올림픽 못 간다

위기는 순위 하락에서 끝이 아니다. 곤살레스호는 극도의 부진 속에서 9월에만 중요한 대회를 3개나 치러야 한다.

가장 먼저 9월2일 태국에서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한국보다 상위 랭킹인 중국, 일본, 태국을 꺾는다면 많은 랭킹 포인트를 얻어 순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대회 이후에도 중요한 일정이 연달아 있기에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또 한국이 VNL에서 세 나라에 완패를 당했기 때문에 맞대결 승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 국가끼리 실력을 점검한 후에는 가장 중요한 2024 파리 올림픽 세계 예선이 9월16~24일 폴란드에서 열린다. 24개국이 8개 팀씩, 3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펼친 후 각 조 상위 1~2위 팀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다. 개최국 프랑스, 세계 예선 통과 6개국을 제외한 올림픽에 갈 나머지 5장의 티켓 주인은 2023 VNL 대회 종료 후 FIVB 세계랭킹에 따라 결정한다.

어느 방법이든 한국이 파리로 향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세계 35위 한국은 미국(1위), 이탈리아(2위), 폴란드(7위), 독일(11위), 태국(15위), 콜롬비아(17위), 슬로베니아(23위)와 C조에 속해 2위 안에 드는 것은 매우 힘들다. 랭킹도 이 중 가장 낮다. 2012 런던 올림픽부터 3회 연속 이어왔던 올림픽 출전 기록 역시 끊길 수 있다.

9월 말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대표팀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제외, 1962년 자카르타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전부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대회와 마찬가지로 대표팀은 최근 중국, 일본, 태국에 완패를 당했다는 사실이 발목을 잡는다.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팀에 복귀해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를 치른 뒤 8월 다시 대표팀에 소집된다. 곤살레스 감독은 지난 2일 VNL 결산 인터뷰에서 "8월 대표팀 재소집 이후에는 달라진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극적인 대반전을 쓰지 않는 이상 올림픽 출전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2년 전 '세계 4위'에 올랐던 여자배구의 현재 모습이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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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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