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빚, 이혼 사유 될까요[양친소]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최지현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양친소 사연>
30대 초반 결혼에 실패한 저는 이혼 후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 재혼했습니다. 그러다 마흔을 넘겨 지금의 아내를 알게 됐습니다. 친구 부부와의 모임에서 알게 됐는데, 아내도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었습니다. 초등생 딸아이가 있는데 아이는 전 남편이 키운다고 했습니다.
재혼 3년차,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아내의 빚입니다. 미용 관련 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전부 빚으로 차린 가게더군요. 결혼 전엔 자수성가한 것처럼 늘 이야기하더니, 겉만 번지르르한 빚덩이였습니다.
더 큰 문제가 얼마 전에 터졌습니다. 아내가 전 남편이 키우는 딸아이를 갑자기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가 아빠랑 살기 싫다고 한다면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겁니다. 아이를 키울 생각도 준비도 전혀 안 해본 저로선 선뜻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꿈꾸는 재혼 모습도 전혀 아니고요. 이기적으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재혼해서 아내의 빚을 갚아주고 아이까지 키워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서로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이혼 사유가 될까요? 또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재혼한 아내의 빚과 전혼 자녀 양육’ 사연자인 남편에겐 충격이 커 보여요.
△재혼을 고려하고 있는 ‘돌싱’ 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는데요. 돌싱들은 재혼 이혼이 초혼 이혼보다 ‘더 쉬울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재혼 후 다시 헤어지는 이유로 남성은 ‘빚’, 여성은 ‘양육 자녀’라고 답했습니다. 사연자 역시 아내의 빚과 전 남편 자녀 양육은 적잖은 충격과 부담으로 보입니다.
-아내의 빚은 이혼 사유가 될까요.
△재판상 이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민법 840조에서 정하는 6가지 사유(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중에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아내는 결혼 전 갖고 있던 상당액의 채무에 대해 밝히지 않고, 거짓말로 자수성가한 것처럼 남편을 속였습니다. 이런 부분은 부부 간의 신뢰를 상당히 훼손했다고 보여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해 이혼 사유가 됩니다.
-전 남편의 아이를 키우겠다는데, 재혼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하겠죠.
△당연히 사연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고, 생활 패턴이나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 예상되거든요. 전 남편의 자녀를 양육할 의무는 자녀의 부모인 사연자의 아내와 전 남편에게 있지 사연자에게 없습니다. 따라서 전 남편의 아이를 막무가내로 키우자고 할 수는 없고, 당연히 사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결혼 3년 차의 재혼 부부인데요. 이혼을 하게 된다면 재산분할은 어떻게 될까요.
△이혼 시 재산분할은 부부 각자 명의의 재산을 모두 정리한 뒤, 전체 재산에서 부채를 빼고 남은 재산을 놓고, 거기서 전체적인 기여 여부를 판단해서 나누게 됩니다. 사연의 경우에는 3년 이하로 혼인 기간이 짧기 때문에 부부공동 재산이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혼인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혼수나 신혼집 부담 비율을 고려해 결혼하면서 각자 가져온 재산을 그대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이혼하게 되면 아내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는 빚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나요.
△아내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는 채무는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재산분할을 할 때 채무를 분할하기 위해서는 혼인 기간 중 공동재산의 형성 또는 유지에 수반해 부담하게 된 채무여야 합니다. 아내가 결혼 전부터 자신의 미용샵을 차리기 위해 진 빚은 부부공동재산 형성이나 유지에 수반돼 부담한 채무가 아닙니다. 따라서 사연자가 아내의 채무를 갚을 의무는 없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TV양소영’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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