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에 폭락한 주식 사들여 4년 뒤 4배 수익 거둔 '월가의 신화'[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8년 7월 9일. 존 템플턴 경이 9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자자중 한 명으로 추앙 받는 인물이었다. 성공적인 투자 실적과 별도로 고매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춘 투자자로 월가에서 가장 존경을 받았다.
예일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고 1937년 월가에 뛰어들었다.
월가에 입문하기 직전인 1936년 7개월간 35개국을 돌아본 세계 일주 경험은 그가 세계적인 글로벌 투자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그가 7개월 동안 35개국을 돌아다니면서 겨우 90파운드만 썼던 일화는 유명하다. 템플턴은 어릴 때부터 가난해 아껴 써야 했기 때문에 나중 투자자가 돼서도 투자 대상의 '가격' 또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1937년 투자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템플턴은 1939년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투자를 한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유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터졌다. 다우존스 지수는 1929년 최고치인 400포인트에 훨씬 못 미치는 150포인트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템플턴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생각했다.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이 미국 경제를 살릴 것으로 보고 직장 전 대표에게 1만달러를 빌려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주식 104개를 샀다. 그 가운데 37개 기업은 심지어 파산 상태였다.
4년 후, 템플턴의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4배의 수익을 올렸으며 104개 기업 중 손실을 본 기업은 4개 밖에 없었다. 참고로 당시 4만달러의 현재 가치는 80만달러(약 10억4000만원) 정도다. 이때부터 템플턴의 전설이 시작됐다.
템플턴이 26세에 얻은 이 성공투자는 행운이 아니었다. 그는 1만 달러 미만으로 거래되던 주식의 2년 간의 실적을 철저히 분석했다. 여기에 전쟁이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 불황에 빠진 미국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통찰력도 적중했다.
항상 철저한 분석과 연구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며 기회를 찾아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템플턴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그는 근검 절약도 강조한다. 그가 일생에 돈을 빌린 적은 단 2차례였다. 예일대 1학년을 마친 1931년 집으로부터 학비를 지원 받을 수 없게 되자 삼촌에게 200달러(한학기 등록금)를 빌렸고, 39년 1만 달러 미만 주식을 사기 위해 회사에서 1만 달러를 융자받은 게 전부였다.
템플턴은 열심히 공부해 매 학기 2개 이상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근면과 절약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1937년부터 월가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1954년 자신의 이름을 딴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출범시켰다. 이때 10만달러를 투자했다면 1999년 5500만달러를 불어났을 정도로 운용실적이 뛰어났다. 그는 월간 '머니'에 의해 금세기 최고의 글로벌 투자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시장에도 관심이 많아 1997년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한국시장 종목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큰 수익을 내기도 했다.
템플턴은 자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템플턴 재단을 통해 연간 4000만달러 가량을 기초과학 연구 등에 지원했다. 그는 1973년부터 종교적 성취가 뛰어난 인물을 대상으로 매년 템플턴 상을 시상했다. 이 상은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첫 수상자는 테레사 수녀였다.
그는 이런 공로로 1987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미 최대 장로회 신학대인 프린스턴 신학대의 이사를 42년간 맡았다.
템플턴은 자신이 운영하는 뮤추얼펀드의 주주총회를 기도로 시작했다. 근면과 성실, 정직과 신뢰, 겸손 등을 강조해 왔던 그는 펀드를 신성한 신탁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가 월가에서 존경받는 것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 때문은 아니었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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