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정책도 경기순환처럼 흐름 탄다"...지금은 하강으로 진입하는 시기

송경재 2023. 7. 9.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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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민 정책이 유권자들의 우려, 안심이 교차하면서 주기적으로 확대와 축소를 겪는 가운데 지금은 축소하는 흐름으로 진입하는 때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이모칼리에서 이민규정 강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선진국,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반이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주기적인 흐름으로 다시 친이민 정책 강화를 부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유럽, 아시아 등에서 노동력 부족과 인구감소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민자들을 대거 수용하고 있지만 불법 이민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은 마치 경기순환처럼 상승과 하강을 겪는 주기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 높아진 반감이 점차 누그러지면서 정부의 친이민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네덜란드 내각 실각

그러나 지금은 이민 반대의 시기다.

이민 반대 목소리를 내는 포퓰리스트 정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에는 네덜란드 내각이 실각했다. 사상최대 수준으로 치솟은 이민을 규제하는 새 법안 통과가 실패하면서 정부가 무너졌다.

올 가을 선거로 새 정부를 선출하게 된다.

이탈리아에는 극우 정권이 들어섰고, 그동안 극우와 거리가 멀었던 북유럽 핀란드에서도 최근 반이민을 주장하는 정당들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에서도 반이민 목소리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반이민을 내건 극우정당 '자유정당'의 인기가 치솟으며 여론조사에서 1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민, 팬데믹 이전 대비 2배 폭증

WSJ에 따르면 지난해 먹고 살만한 나라들로 유입된 외국인 규모는 약 500만명이 넘었다.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80%, 2배 가까이 폭증한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여행 규제가 해제되고, 잘사는 나라들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된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상황은 악화하면서 이민 수요와 공급이 크게 늘었다.

반면 잘사는 나라들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민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유럽 반이민 정서 강화

이민으로 나라가 돌아가는 캐나다에서도 반 이민 정서가 높다.

몬트리올의 여론조사 업체 레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캐나다인 약 절반이 정부의 이민 쿼터가 지나치게 높다고 답했다. 인구 4000만명인 나라에 한 해 50만명 이민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과도한 목표라는 것이다.

75%는 연간 50만명 이민 목표가 주택과 보건·사회복지 수요를 과도하게 끌어올려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했다.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기술·숙련직 부족에 시달리는 영국에서는 대학 유학생 규모를 확대해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에 시민들이 부정적이다.

리서치 컨설팅업체 퍼블릭퍼스트의 3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약 절반이 정부 이민 정책에서 제시하는 이민 규모가 지나치게 높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는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검문을 피하려 도망치다 총을 맞고 숨진 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지만 정작 이민규제를 강화하자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접국 독일에서는 반이민 정책을 내건 '독일을 위한 대안(AfD)'당의 지지율이 현재 20% 수준에 이른다. 2021년 총선 당시 지지율의 2배 수준이다.

대표적인 이민 국가인 미국도 1년 사이 반이민 정서가 강화됐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현 이민규모에 만족한다는 답은 1년 전 34%에서 지난 2월 28%로 하락했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민정책은 주기적으로 등락 반복

영국 이민자문위원회(UKMAC) 위원장을 지낸 앨런 매닝 런던경제대(LSE) 교수는 이민 정책이 유입 확대와 제한을 반복하는 긴 주기의 흐름을 탄다고 지적했다. 마치 경기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는 경기순환처럼 장기적으로 반이민, 친이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매닝 교수에 따르면 기성 정치권은 기본적으로 친이민 성향이다.

재계가 비용절감,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이민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우파가 이를 지지한다. 좌파는 통합을 지향하기 때문에 역시 이에 동조한다. 결국 좌우파 정치인들의 의지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친이민 정책이 강화된다.

반면 친이민 정책으로 이민자들이 늘면 유권자들은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점점 반이민 성향이 된다.

좌우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권이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하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은 포퓰리트스트 정당에 기대고 이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결국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이민 규제가 강화된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민이 축소되면 유권자들의 우려가 완화된다.

이를 틈타 이민 허용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이민이 늘어나는 긴 순환이 나타난다고 매닝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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