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전이 주는 교훈, 여자월드컵서 '피파랭킹의 함정' 조심해야[초점]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36계단이나 낮은 순위의 팀을 상대로 힘겹게 승리했다. 월드컵에서 피파랭킹의 함정에 빠져 방심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출정식 경기였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8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 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출정식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전에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후반전 지소연의 페널티킥 골과 장슬기의 중거리 원더골로 힘겹게 이겼다. 출정식을 마친 선수단은 10일 오후 8시 결전지인 호주로 출국한다.
전반 16분 하프라인 바로 밑에서 날아온 아이티의 긴 침투패스에 한국 오른쪽 윙백 추효주가 발을 뻗어봤지만 저지하지 못했다. 아이티 공격수 네릴리아 몽데지르가 한국 진영 왼쪽 측면에서 이 패스를 받아 한국 페널티 박스 안 왼쪽으로 드리블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먼 쪽 낮은 곳에 꽂으면서 아이티에 1-0 리드를 안겼다. 한국 골키퍼 김정미가 각을 좁혀 몽데지르를 막으러 나가는 대신 골문을 지키는 선택을 했지만, 오히려 몽데지르가 견제 없이 편하게 슈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다행히 에이스들이 개인 능력으로 한국을 패배 위기에서 건졌다. 후반 4분 조소현이 아이티 박스 안 왼쪽으로 돌파하다 상대 수비수 다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 6분 키커로 나선 지소연이 오른발로 왼쪽 구석에 낮게 차 1-1 동점을 만들었다.
4백 전환 후 후반전에 경기를 주도하던 한국은 후반 36분 장슬기의 오른발 중거리 원더골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프리킥 상황에서 아이티 박스 앞 왼쪽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소연의 패스를 받은 장슬기는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가져가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에 결승 원더골을 꽂았다.
이날 한국은 김정미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추효주, 김혜리, 임선주, 심서연, 장슬기가 5백을 구축했다. 중원은 지소연, 조소현, 이금민의 최강 조합, 공격진은 최유리, 손화연으로 구성한 사실상 베스트 선발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경기 초반부터 아이티에게 주도권을 내주더니 페널티 박스에서 지속적으로 위험한 장면을 허용했다. 한국(17위)이 피파랭킹도 훨씬 높고 홈팀이었지만 아이티(53위)에게 여러 차례 위기를 허용했고 선제 실점까지 허용했다. 후반 분위기 반전으로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피파랭킹 차이를 고려했을 때 아쉬운 결과였다. 이는 그만큼 여자 축구의 피파랭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도 된다.
피파랭킹 17위의 한국 여자대표팀은 호주 뉴질랜드 월드컵에서 H조에 속해 25일 콜롬비아(25위), 30일 모로코(72위), 8월3일 독일(2위)을 만난다. 한국의 피파랭킹은 H조에서 2번째로 높다.
역시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자 이날 상대였던 아이티는 피파랭킹 53위이기에 H조에 들어와도 모로코를 제외한 나머지 3팀보다 랭킹이 낮다. 같은 조라고 생각한다면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존재다. 실제로 아이티는 잉글랜드(4위), 덴마크(13위), 중국(14위)과 함께 속한 여자 월드컵 D조에서 피파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다.
한국은 아이티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경기 전반에 걸쳐 팀적으로 우세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냉정하게 페널티킥은 조소현의 개인능력으로 얻은 것이었고 장슬기의 원더골은 경기마다 흔하게 나올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아이티가 결정적인 기회를 덜 놓쳤다면 PK 획득 전에 0-2, 0-3으로 끌려갈 수도 있었다. 세계 2위인 독일은 물론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낮은 콜롬비아, 아이티보다도 낮은 모로코도 월드컵에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닐 것임을 이번 경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피파랭킹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출정식 아이티전이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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